조롱거울

12살

by 이유경

때는 2026년,

12살을 맞이한 아들에게는 5년 된 조롱 거울이 있다.

그 조롱 거울은 아들보다 크기도 크고, 힘도 세지만

손목과 손가락의 컨트롤과 발음 기관이 매우 흡사하다.


이 조롱 거울은 특히 더 부지런하게 일을 할 때가 있는데

바로 아들이 밥 먹을 때다.


챕터 원.

밥을 먹기 전에는 식기세척기에 많은 수저들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수저통을 한참을 뒤지다 "아! 맞당!" 신호가 켜져 식기세척기로 온다.


챕터 투.

후라이드에 여러 양념을 적셔놓은 닭다리를 먹어본다.

입은 목젖이 다 보일 때까지 크게 벌리고

앞에 전시된 모든 치아들이 다 보이게 입술을 벌린다.

닭다리를 뜯을 땐 무조건 양 끝부분부터 뜯는다.

뼈를 먹으면서 닭다리 살을 뽑아 먹는다.

(보들보들한 살이면 닭다리살이 뽑혀 나오기도 한다.)

분명히 입을 크게 벌렸는데

입 주위에 무엇을 먹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누가 모를까 상의에도 흘려 놓아준다.


챕터 뜨리.

액체를 마실 때는 입술을 갖다 대지 않고 컵을 문다.

컵 안에서도 입술을 다물지 못해 이빨을 드러내며 액체를 맞이한다.

컵의 각도를 아주 조심스럽게 꺾으며 고개도 뒤로 동시에 꺾는다.

(놀랍게도 빨대를 꽂은 채로도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액체는 아주 조심스럽게 치아로 흘려보내....

순식간에 입 속을 가득 채운다.

모든 것을 머금는 커비다.

그러다 액체가 살짝 삐져나온다.

새 목구멍이지만 볼은 빵빵하게 만들어

액체를 마시기 곤란한 상황을 만든다.

세 번에 걸쳐 겨우 넘긴다.

매번 무한도전을 한다.

(응가)


챕터 뽀.

숟가락은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다가 급발진한다.

순식간에 숟가락 위의 음식물이 사라진다.

숟가락은 영문도 모른채 확 들어갔다 확 나온다.

입 속에 담긴 음식물과

치아 사이사이에 불쌍하게 끼어있는 음식물 구경은 무료관람이다.

오른 팔꿈치는 늘 식탁에 기대어 먹는다.

자세가 3차 함수 라인이다.

라인이 기가 막히기도 하고,

조롱거울이 유일하게 따라 하지 못하는 행동이다.

물컵은 늘 바로 곁에 두고 먹는다.

마치 물컵이 식사하는 걸 비켜서 식사하듯.

좁은 골목에 주차하는 느낌으로 수저류를 놓는다.


챕터 파이브.

다 먹은 후 입을 닦을 땐 품위 있게 입가 빼고 닦는다.

물티슈로 손을 닦을 땐 손가락에 양념이 묻어 있지만

손바닥만 닦고 다른 집기를 더럽힌다.

그릇을 치워서 옮길 때는 양념이 다 묻은 그릇에

깨끗한 접시를 담궈 모든 접시가 양념으로 색칠되어 있다.

다 먹은 후 식탁을 닦을 땐 더 지저분해질 수 있도록 닦는다.

식탁을 닦았는데 수저는 안 치우는 것이 마지막 포인트다.

손을 씻기 전에 물컵의 손잡이를 잡고 정수기 버튼을 눌러

나의 발작버튼도 함께 눌러준다.

물은 늘 250ml 받고 10ml 마신다.


챕터 식스.

양치는 했지만 여전히 입가에 음식의 본연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

앞니의 고춧가루도 잊지 않는다.

다 먹은 후 손을 씻을 땐 굳이 냉수로 씻어서

손 끝의 얼얼함을 고통스럽게 느껴본다.


밥 먹을 때마다 나는 정신이 아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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