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변하지 않았다. 마음이 달라진건 나였을뿐
나는 거절을 잘 못한다.
그리고 나는 부탁도 잘 못한다.
타인의 부탁을 들으면 거절을 잘못하니
매번 부탁만 들어준다.
왜 그런 인간인가 생각해보면
어차피 나도 할 수 있는데
굳이 싫은소리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 내면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20살부터 혼자 지내며 어지간한 것들은
혼자 해결할 수 있다
소소하게 부서진 것들 고치는것이나
(전등교체, 배수구 교체 등등)
무언가 이슈가 생기면 빠르게 찾아보고 해결한다.
그래서 나는
굉장히 중성적이고
씩씩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나만 보면 이거 멀티라서 좋은데
남녀간의 관계를 보았을때 이게 좋은가?
생각해보면 대 실패가 아닐수가 없다.
어쩌면 내 모습을 내가 가장 몰랐던것같다.
나에게 여성스러운 사람이라고 평하는
친구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갸웃하고
너는 정말 여성스러워서 여자인 나도
보호해주고 싶을 떄가 있다는 말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듣고싶던 말이었던거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알았다.
내가 지푸라기라도 잡아볼까 하는 마음이었구나 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알았다.
내가 원하는것도 이야기 못하는 그런사람이었구나 했다.
씩씩하게 혼자하고있지만 내면에는
나를 나보다 더 생각해주면 좋겠다.
나를 소중하게 보호해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서운했었다.
이 글들을 보며,
연인관계라 해도 저것은 나의 바람일뿐 의무가 아니라는걸
오히려 그것을 기대하는게 잘못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와 바람을 채워줄수 있다면 감사할 일이지만
채워주지 못하는게 잘못일순 없겠구나
타인을 바꿀수는 없고
바꿀수 있는것은 나밖에 없구나..
내가 연인에 대한 기대를 끌어내리거나.
아니면 헤어지거나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했다.
나는 연인에 대한 기대의 어떤부분을 포기할 수 있을까?
연인이 나의 미래를 책임저야 한다는 기대는 없었다.
나도 내아이를 책임지기 벅찬데, 상대방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소소한 이벤트나, 챙기는 잔정에 대한 기대도 없었다.
소소한 챙김이 안되는 사람인걸 알고있었다.
우리집 개수대 배관이 막히거나, 전등이 고장났을때
연인이 나서서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
엄마가 불치병을 진단받고 나서도
연인이 나를 감싸고 위로할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연인이니까
내가 힘들고 어려운일을 겪었을때
같이 해결해보려고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마음
한번이라도 더 걱정해주는 따뜻함을 기대했다.
그런데 그것도 잔정의 하나였다.
하지만 이런것도 의무가 아니고,
바꿀수가 없다는것을 알았을때
결국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지냈다 생각하면서도
다른사람이 보기엔 내가 좀 비관적이 되었다 하고
그렇다고 나는 우울한건가 생각해보면
이별을 겪은 사람치고는 나쁘지 않은듯하다.
문득 그래도 내가 이 관계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했구나.
비록 내가 인격이 부족해서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구나 라는걸 알았다.
그래서 비교적 괜찮구나
내가 할 수 있는것을 했기에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것 같다.
순리에 역행하지 않고
마음이 흘러가는데로
마음이 아프면 눈물 흘리고
누군가를 또 만나고 싶어지는
날에는 누군가를 만나고
내 마음이 내키는데로
하고싶으면 하고
못해본것을 하고
새로운것을 알아가며
그렇게 지내고 싶다
이번주엔
혼술에 도전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