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악마가 깨어났다.
DareDevil.

넷플릭스의 드라마 DareDevil 시리즈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

by 배지성
cf37e6365a05e72732a915b807f790cb782fb187722fd22cd1f671008ee642745f19fa9e3063198a8b8f23ca9f24fda49720fd24c7d18b757ca3b7f6b86293ee126387d5a716c50916925581c5479cda.png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인 데어데블. 현재 시즌 3까지 나왔다.

드라마 데어데블은 마블 코믹스에 근간을 둔 시리즈로, 흔히 MCU라고 말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소속된 서사 축을 가진 작품이다. 지금 형태의 MCU가 자리를 잡기 이전인 지난 2003년 한 번 영화화되었다. 물론 흥행에 실패하여 후속작이 나오지 않았고, 중간중간 리부트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 20세기 폭스가 판권을 마블에게 반환하면서 드라마로 제작되게 되었다.




(아래 내용에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주의하세요.)


데어데블은 장님 변호사인 맷 머독이 주인공이다. 낮에는 잘생기고 견실하며 약자를 위한 변호사로 일하는 맷 머독, 밤에는 뉴욕 헬스 키친에서 자경단 활동을 하며 범죄자를 때려잡는 데어데블로의 이중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데어데블의 아치 에네미로 등장하는 건 바로 킹핀이라 불리는 윌슨 피스크라는 빌런이다. 윌슨 피스크는 치타우리의 뉴욕 공습 이후 혼란한 틈을 타 뉴욕의 지하 세계를 차지하고, 이윽고 레드 마피아, 삼합회, 야쿠자 등과 손을 잡아 '건설 조합'을 만들며 자신의 야욕을 채우려 계획하는 것으로 자신의 야욕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윌슨.jpg 가운데 인물이 바로 윌슨 피스크, 킹핀으로도 불린다.


latest?cb=20160920045425&path-prefix=ja 맷 머독의 어린시절과 스승인 스틱.

데어데블 시리즈를 관통하는 한 가지 주제를 꼽자면, 자기 자신 속에 깊숙이 감춰진 본성과 그 본성의 발현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주인공 맷 머독은 편부가정에서 자랐고,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다 담기도 전에 시력을 잃었으며, 그걸로도 모자라 자신의 아버지를 잃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본성에 담긴 선함,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을 끝까지 붙잡으려 했다. 그렇기에 그는 사람을 절대 죽이려 하지 않고, 벌을 받아야 하는 범죄자를 앞에 두고도 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1688ec8d5bd69e8e31de8e1d12b93515.jpg 억압속에서 피어난 거대한 악, 윌슨 피스크가 어떤 인물인지 보여주는 장면.

맷 머독의 아치 에네미, 윌슨 피스크는 표면적으로는 맷과 같은 편모가정에서 자랐으나, 그와는 다른 길을 걸으며 성장했다. 윌슨은 가정학대를 일삼는 아버지를 아주 어린 나이에 살해했으며,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기 위해 더욱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자신의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그를 뒷조사하는 캐런 페이지를 살해하려 하거나, 사랑하는 여인, 바네사 앞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했다고 레드 마피아 두목의 동생을 목을 잘라 죽이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매우 교양 있고, 지적이며, 냉정한 사람으로 자신을 보이려 하지만, 그 본성은 야수보다 더한 폭력성을 지닌, 자신의 의지로 폭력을 수행하는 진정한 악당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셈이다.



daredevil-matt-murdock-is-your-ultimate-mens-style-icon-4.jpg?type=w800 낮에는 약자들을 위한 변호사, 밤에는 헬스키친의 악마.

극과 극은 만나게 된다고 할까? 자신이 지니게 된 초감각을 활용해 데어데블로 활동하는 맷 머독은 헬스 키친을 조여 오는 다양한 범죄를 해결하다가 결국 배후에서 조종하던 윌슨 피스크와 조우하게 된다.

범죄자들을 휘어잡는 강력한 카리스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다툼에 능하며, 그에 못지않게 신체적 조건마저 탁월하다. 그리고 이를 대외적으로 덮어나갈 수 있는 능력과 인맥과 돈과 권력을 갖춘 완벽한 범죄자, 킹핀을 마주하는 그의 모습은 일견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데어데블이라는 이름 그대로 너무나도 무모하게 킹핀에게 도전하는 맷 머독. 그러나 그는 하나의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법의 이름으로 킹핀을 심판하는 것. 그렇기에 그는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을 죽이지 않았고, 윌슨 피스크 역시 데어데블로 굴복시킬지언정 죽이지는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의식을 치르듯.


21.jpg?type=f646_315 넷플릭스의 마블 드라마들이 망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 핸드 때문이 아닐까?

이 둘의 대립은 2편을 지나 3편까지 이어진다. 교도소를 장악하고 FBI 마저 조종하는 수완을 보여주는 킹핀,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돌아온 악마, 데어데블. 킹핀인 윌슨 피스크가 사람으로서의 맷 머독의 숙적임에 반해, 새롭게 등장한 인물, 벤자민 포인덱스터는 데어데블의 안타고니스트, 안티테제라는 느낌이 강하다.

WJcPFOK.jpg 최정예 FBI 요원이 알고보니 최고급 사이코패스였던 건에 대하여?

이 세 인물들이 엇갈리면서 데어데블 시리즈는 다시 한번 인간의 내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 안에 존재하는 악마는 안녕하신가?'라며.

맷 머독처럼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며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낸 벤자민, 그는 한 정신과 의사의 지도 아래 최대한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도를 받지만, 결국 자신을 버리고 떠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또다시 혼자 남겨지게 된다. 그는 내면의 폭력성을 억누르고만 있을 뿐, 관계에 서툰 인간인 그는 결국 자신의 악마를 밖으로 꺼내게 된다.

"I'm Daredevil."이라는 말과 함께.


daredevil-season-3-review_kx6u.jpg 헬스키친의 악마가, 말 그대로 악마가 되다.

맷 머독이 묻어두었던 헬스 키친의 악마, 데어데블은 지옥에서 다시 돌아와 사람을 죽이는 악마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맨 처음 데어데블로 활동하던 때의 복면을 쓰고, 밧줄을 손에 감으며 새로운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 나선다.


데어데블 시즌 3의 갈등구조는 이처럼 맷 머독의 대적자, 맷 머독의 안티테제가 만나 이루어진다. 맷 머독으로의 적 (윌슨 피스크), 데어데블로의 적 (벤자민 포인덱스터) 이 동시에 등장하며, 이들과의 갈등구조, 배경 이야기가 한 층 한 층 쌓아 올라가며 절정으로 치닫는 구조이다. 이들과의 갈등은 맷 머독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장님 변호사 맷 머독으로서의 자신과, 자경단 데어데블의 자신. 그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끝이라고 할 수 있다. 1편의 이야기가 맷 머독과 데어데블의 소개라면, 2편은 맷 머독이 된 데어데블이며, 3편은 데어데블로서의 맷 머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맷 머독이며 동시에 데어데블이 되었다. 친구 포기 넬슨과의 갈등이 봉합되고, 다시 한번 넬슨 앤 머독이 차려졌으며, 맷 머독의 적, 윌슨 피스크와 데어데블의 적, 벤자민 포인덱스터를 물리쳤다. 시즌 3에 와서야, 선의를 갖고 악을 물리치는 진정한 자경단, 데어데블로의 맷 머독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3편의 엔딩은, 패배한 벤자민 포인덱스터가 척추수술을 받으며 눈을 뜨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데어데블로 대적해야 할 적이 보다 강력해져 돌아온다는 뜻이었겠지만...


넷플릭스는 더 이상 마블 드라마를 제작하지 않겠다고 했다. 데어데블은 시즌 3을 끝으로 막을 내리고, 디펜더스는 물론 제시카 존스, 아이언 피스트, 루크 케이지 역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 높아졌다. 우리 모두 마블 드라마들에게 X를 눌러 JOY를 표하도록 하자.


보다 강력해져 돌아오게 될 빌런의 예고, 효과적으로 마무리된 데어데블의 서사구조는 매우 안정적인 끝맺음과 동시에, 서사 전체를 일신하게 될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었겠다. 하지만 다른 플랫폼에서 드라마가 제작되지 않는 이상, 더 이상 넷플릭스에서의 드라마 시청은 요원할 것이기에... 지금은 기대감을 접어두려 한다.




여담으로 넷플릭스 마블 드라마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뽑자면, 루크 케이지 시즌 1, 제시카 존스 시즌 1, 데어데블 시즌 1과 3을 꼽을 수 있겠다. 퍼니셔 역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본인의 기원 이야기가 너무나 많은 작품들과 연관되어 있기에, 조금 힘이 빠지는 모양이다. 넷플릭스를 결제했다면, 그리고 마블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보고 넘어갈 작품들이기에 사족을 달아보겠다. 아 물론, 아이언 피스트는 보지 마라. 책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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