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곁에 머무는 그림자 같은 존재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크게 웃다가도 문득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불 꺼진 방에 홀로 앉아 있을 때, 또는 누군가의 다정한 말 한마디가 끝난 직후에 불쑥 찾아온다.
처음에는 그 공허함이 버겁게 느껴진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어쩐지 혼자인 듯한 쓸쓸함, 아무리 떠들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빈자리. 우리는 그 허전함을 두려워하고, 피하려 하고, 어쩌면 다른 것으로 급히 채우려 애쓴다. 스마트폰 화면을 무의식적으로 열고, 필요 없는 말들을 늘어놓고, 불필요한 만남으로 일정을 가득 채운다. 그러나 결국 모든 소음이 가라앉고 나면, 다시금 외로움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된다. 외로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약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이기에 어쩔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임을. 외로움은 사랑하고 싶은 마음, 이해받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며, 그만큼 우리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존재라는 증거다.
때로는 외로움이 선물처럼 다가올 때도 있다. 남들의 목소리가 잠잠해진 순간, 내 안에서 오래 묵혀둔 진짜 목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려놓고, 나 자신과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 그때 비로소 나는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법을 배운다. 외로움이 나를 괴롭히는 적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지켜주는 친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삶에서 완전히 외로움을 없애는 일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외로움은 우리에게 "아직 사랑할 수 있고, 여전히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신호다. 다시 말해, 내가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또 하나의 증거다.
오늘도 외로움이 문득 찾아온다면 억지로 밀어내려 애쓰지 말고, 살며시 맞이해보자. 차분히 호흡을 고르고, 외로움 속에서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어쩌면 그 대답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외로움은 우리 삶의 어두운 구석에만 머무는 감정이 아니다. 때로는 삶을 깊게 만드는 빛의 또 다른 형태다. 그 빛에 눈이 익숙해질 때, 우리는 외로움을 두려움이 아닌 동반자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