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스로를 ‘프로 퇴사러’라고 불러왔다.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그 일을 그만두는 데 더 익숙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사람들 속에서 조금만 마음이 무거워져도
“여긴 아니야”라는 결론이 너무 쉽게 나왔고,
그 결론에 따라 문을 닫고 돌아서는 일도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퇴사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일의 세계 밖에 서 있었다.
육아를 하고, 가정의 사정을 버티며 지내는 사이
내 마음 어딘가에서는
계속 작은 질문이 생겨났다.
“나는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여전히 도망칠까?”
그 질문들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어서
밤마다 혼자 조용히 씹어 삼키는 돌처럼 쌓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히 넘겼던 채용 사이트에서
‘어린이집 보조교사 모집’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또다시 오래 가지 못하고 그만두면 어쩌나
스스로에게 실망할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공고는 며칠 동안 마음에 남았다.
문득 밥을 하다가도 떠오르고,
아이를 재우고 난 뒤에도 생각났다.
마치 내 마음 한켠을 부드럽게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결국 지원했다.
그리고 합격했다.
면접을 보고 출근 하라는 원장님의 말씀에
가슴 어딘가가 서서히 따뜻해졌다.
마치
오랫동안 잠겨 있던 문이
조금씩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첫 출근은 아직 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은 생각들이 찾아온다.
잘할 수 있을까?
아이들과 호흡이 맞을까?
내 몸은 버텨줄까?
어쩌면 금방 지쳐 또 그만두게 되진 않을까?
그런 불안들이 조용히 밀려오지만
이상하게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이번에는
‘다시 시작하는 나’를 조금 믿어보기로 했다.
불안해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가 또다시 문 앞에 선 용기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
내 삶은 지금도 여전히 복잡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많지만
적어도 나는
한 걸음을 다시 내딛었다.
어린이집 보조교사라는 이름은
아직 나에게 낯설지만,
이 낯섦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나는 곧 첫 출근을 한다.
아직 열어보지 않은 문 앞에서
조용히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이번에는, 나를 믿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