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퇴사러였던 내가 다시 아이들 곁에 서다
아침 공기가 유난히 차가웠던 날,
나는 오래 머물렀던 집을 조심스럽게 뒤로 하고
보육보조교사로서의 첫출근을 향해 걸어갔다.
문을 열기 전까지도 “이번엔 어떨까?” 하는
가볍지 않은 마음이 계속 뒤따라왔다.
몇 번을 되돌아 나왔던 일이기에
또다시 부딪혀서 상처받는 건 아닐까,
솔직히 조금 두려웠다.
하지만 문이 열리고,
작고 따뜻한 가정어린이집의 공기가 나를 반겼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순했고,
낯선 사람인 나에게도 미소를 건넸다.
만 2세 반에 들어서는 순간,
작은 손들이 부드럽게 스쳐 지나갔다.
순간 이상하게도
내 마음 속 깊은 곳이 툭 하고 풀어졌다.
원장님이 담임으로 계신 그 반을 주로 맡아 보조했고
중간중간 다른 반도 오가며 일을 도왔다.
사진을 찍고,
양치질을 챙기고,
밥을 먹여주고,
아이들과 바닥에서 놀아주다 보니
시간이 아주 천천히, 그러나 따뜻하게 흘러갔다.
무엇보다 고마웠던 건
선생님들과의 분위기였다.
가정어린이집 특유의 아늑함이 있어서인지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기운이 느껴졌다.
첫날인데도 불편함 없이
“그래, 이 정도면 괜찮다. 할 수 있겠다.”
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차올랐다.
예전의 나는
조직 속에서 쉽게 지치고 눌려
금세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상한 걸까,
왜 사람들처럼 오래 버티지 못할까
스스로를 자주 몰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나를 억누르는 압박도,
숨이 막히는 분위기도 없었다.
단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나를 계속 앞으로 흔들어주는 느낌.
퇴근길에,
나는 아주 오랜만에 마음이 조용해지는 경험을 했다.
오늘의 나는 잘 해냈고,
내일의 나는 오늘처럼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한 걸음씩
조용히, 하지만 꾸준히
내 일상을 다시 채워갈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의 첫출근은
내가 다시 ‘일하는 사람’으로 세상에 발을 내딛었다는
조용한 선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