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한 네 번째 날이었다.
아직은 낯선 동선, 새로운 얼굴들,
조심스레 한 걸음씩 적응해 나가는 과정 속에 있었다.
몸은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긴장과 설렘 사이 어디쯤 머물러 있었다.
아침부터 아이들은 작은 일에도 금방 웃음을 터뜨리고,
또 갑자기 서운해하다가도 금세 다시 손을 잡아오는
예측 불가능한 작은 우주 같았다.
나는 그 우주를 하나하나 배우며 따라가는 중이었다.
그러던 낮잠 시간,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고 돌아서려던 순간
한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나를 불렀다.
“선생님… 퇴근할 때 저 선생님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순간 숨이 멈춘 것처럼
내 마음이 조용히 흔들렸다.
별일 아닌 문장 같지만,
아이 입에서 나오는 진심은
언제나 과장 없이, 필터 없이 가 닿는다.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지 않는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 말 한 줄이 나에게는
누군가의 하루에 따뜻한 자리를 내어준 것 같은,
작지만 선명한 기쁨으로 남았다.
점심시간엔 더 놀라운 일이 있었다.
식판을 가지러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아이들이 갑자기 서로 장난스레 얼굴을 마주보며
한 목소리로 외쳤다.
“선샘미 좋아!”
반 아이들이 동시에 외친 말이
마치 작은 합창처럼 들렸다.
나는 순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이 내 귓가를 스치고 마음에 닿기까지
몇 초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만큼 믿기지 않을 만큼 따뜻한 장면이었다.
나는 그저 아이들의 속도를 존중하고,
밥을 먹을 때는 천천히 도와주고,
놀아달라는 손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뿐인데
아이들에게는 그 작은 행동들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들어준 모양이었다.
사실 나는 요즘 스스로에게 자주 묻곤 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내가 이 공간에서 버틸 수 있을까?’
‘이 일이 나와 맞지 않으면 어떡하지?’
마음 한쪽에는 늘 불안과 의심이 따라붙었고
체력에 대한 걱정,
가정의 상황에 대한 부담,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모든 질문의 답을
가장 단순하고도 명확한 방식으로 알려주었다.
“선생님 좋아요.”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선샘미 좋아!”
나는 완벽하지 않아도,
아직 서툴러도,
누구에게는 ‘좋은 어른’으로 느껴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
그리고 다시 내일 그곳으로 향해야 하는 이유가
또렷하게 되살아났다.
아이들과 함께한 오늘의 순간들—
낮잠 이불 위에서 건네진 따뜻한 말,
식탁 위에서 울려 퍼진 작은 합창—
이들은 오래오래 나를 지탱해줄 것이다.
하루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보석 같은 순간들.
나는 그 순간들을 조용히 마음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깊게,
나는 이곳에 스며들고 있는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