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사람의 첫 월급

by 달빛소나타

보조보육교사로 한 달을 버텼다.
‘버텼다’는 말이 가장 정확하다.
출근 첫날부터 나는 속도가 느린 사람이었다.



원장님은 이미 다음 일을 하고 계셨고,
나는 방금 끝낸 일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었다.
아이들 옷을 입히면서도, 식판을 정리하면서도
항상 마음 한켠에 같은 문장이 맴돌았다.
“지금 너무 느린 건 아닐까.”


아이들은 나를 좋아해줬다.
이름을 불러주고, 퇴근할 때 손을 흔들어줬다.
그런 순간들 덕분에 다음 날도 다시 출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웃고 있는 동안에도
내 안에서는 끊임없이 갈등이 이어졌다.
이 일이 나에게 맞는 걸까.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이 정도 피곤함은 다들 견디는 걸까.



두려움은 없었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크지 않았다.
그 대신 묘하게 깊은 피로가 남았다.
몸이 힘들다기보다는
하루 종일 나 자신을 검열하느라
마음이 먼저 닳아버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월급을 받았다.
통장에 찍힌 숫자는 크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울컥했다.
또 하나를 끝까지 해냈다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예전처럼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었을까.



여전히 나는 이 일이 내 인생의 답인지 모르겠다.
속도는 여전히 느리고,
눈치는 여전히 본다.
내적 갈등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달을 채웠다.
매일 출근했고, 아이들을 다치지 않게 돌봤고,
크게 문제 없이 하루를 마무리했다.
지금의 나는 그 사실 하나만은
조용히 인정해주고 싶다.



아직 결론은 없다.
다만 오늘은
‘또 하나의 월급’보다
‘또 한 달을 버텨낸 나’를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아이들이 “선샘미 좋아”라고 말해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