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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예 Apr 21. 2016

첫번째고양이.삼순이

글,그림 : 최지예(gogokoala)


작년 여름 삼순이를 처음만났다.


16년 동안 우리집 막내로 살았던 내 동생 강아지 꼭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한달쯤 지나서였다. 5킬로그램 밖에 되지 않았던 꼭지의 빈자리는 꽤 컸다.  상심으로 가득찬 하루하루였다. 집 근처 산책로를 걸으며 꼭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는게 어느새 중요한 하루의 일과가 되있을 무렵 산책 중에 우리집 길 건너 수풀에서 길고 검은 꼬리를 발견했다. 슉! 하고 잽싸게 사라졌다. 그건 분명 고등어무늬 고양이였다다음날 저녁 남자친구와 함께 멸치와 황태포를 수풀 속에 두었다. 그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며칠 뒤에는 본격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고양이사료를 구입했다. 물도 함께 주기 시작했다. 길 건너는 건물이 별로 없고 인적이 드물어서 고양이들이 꽤 있는 것 같았다. 고등어무늬 고양이는 가끔씩 보였고, 대부분 우리가 주는 밥은 노란색 고양이가 먹는 것 같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노란녀석은 덩치도크고거들먹거리는 폼이 고등어무늬보다는 서열이 높아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수풀더미 속에 밥을 놔두고 길을 건너 집으로 가다가 자전거 거치대 옆에 앉아있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고등어무늬 고양이였다. 말똥말똥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양이야 ! 저쪽에 니 밥 두고왔어- 얼른 가서 먹어! "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말을 알아들을리 없었다.

영역다툼이 있어서 길 건너로 쫓겨난 것일까 생각하며 여분의 사료를 바닥에 두었더니 정신없이 먹는다. 그 날 부터 밥을 두군데에 주었다. 이름도 만들어주었다. 길 건너 노란녀석은 치즈. 고등어무늬는 삼순이. 투실투실하고 정감가는 외모라서 고등어무늬에게는 삼순이라는 이름이 퍽 잘 어울렸다.



언제나 밤에 만났기 때문에 밝은사진이 없다.






 나는 퇴근하고 남자친구와 만나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산책하듯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러 다녔다. 치즈는 일주일에 한 두번 만날 수 있었고 그마저도 경계심을 풀지 않았지삼순이는 달랐다. 언제나 그자리에서 마치 우리들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우리를 보면 달려와서 야옹야옹 아는체를 했고,  다리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털을 부벼댔다. 밥은 어찌나 잘먹는지 한그릇 가득 주어도 순식간에 그릇을 비워냈다. 밥을 먹고 나서도 항상 우리곁에 있었다. 나는 강아지풀을 뜯어 함께 놀아주었고,  나란히 걸으며 산책을 하기도 했다. 삼순이와 산책은 정말 특별했다. 삼순이는 한 발짝 걷고 벌러덩 누워 애교를 부렸다. 여기저기를 쓰다듬어주면 또 한 발짝 걷고 벌러덩. 허허 삼순이의 애교를 점수화 한다면 100점은 훌쩍 넘어선 150점에 가까웠다.


애교대장의 면모




반팔을 입고 처음 만났던 우리 였는데 어느새 날씨는 오리털 점퍼를 꺼내 입을 만큼 추워졌다. 고된 길 위에서의 생활이 걱정되어 삼순이와 함께 살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심해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삼순이와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고 집에 가는 길은 언제나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늘 삼순이가 그 자리에 있으니까 언제든 만날 수 있음에 만족했는데  어느날 부터 삼순이가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도 우리가 약속한 시간에 못만날 때도 있긴 했지만 벤치에 앉아 한참 기다리다보면 어디선가 나타나던 녀석이었는데 일주일 넘게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저기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니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기도 해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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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이와는 그이후로 쭉 만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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