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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golife Jan 22. 2019

미국 교포와 결혼했다면 어땠을까

미국이민이 더 쉬웠을까

우리 부부는 결혼 전, 사귀기 전에 인턴/트레이니로 미국에 왔다. 한국에서 미리 미국에서의 일자리를 잡고 왔기 때문에 회사 생활 적응 외에는 딱히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에 발을 디딛는 순간부터 매일매일 게임 속 캐릭터가 된 기분이었다. 스테이지를 하나하나 넘어가야만 했다. 그러다가 미국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생겼고, 좋은 인연으로 발전하여 결혼도 하였지만 영주권을 손에 쥐기까지. 아니 그 이후도 우리의 미국이민생활은 매 순간이 도전이다. 


영주권을 받고 나서 우리는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바로 이직과 사업. 우선 남편이 이직을 하고 상황에 맞추어 내가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당장 한두 달 내의 계획이 아니라 3년을 바라보고 있기에 우리 둘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천천히 한 발자국씩 내딛으려고 한다. (이러는 거 보면.... 우리가 스스로를 게임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게 아닐까도 싶다.) 



한국도 다녀왔고 결혼식도 모두 치렀겠다~ 나는 계속하고 싶었던 숏컷으로 머리를 잘랐다. 이제 앞으로 매달 남편과 함께 미용실을 가서 머리를 잘라야 하는 운명! 이전까지는 매달 미용실에 같이 가면서도 남편만 머리를 잘랐는데 이번 달부터 나도 함께 머리를 자르게 되면서 미용실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결혼은 했냐. 둘 다 교포냐.부터 시작해서 간략한 신상조사를 하고 우리 나이와 비슷한 또래인 다른 손님 이야기를 풀어놓으신다. 어제 젊은 부부가 왔는데 여자는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고 남자는 한국에서 미국 온 지 8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여자가 영어도 잘하고 미국 문화나 시스템을 잘 알다 보니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여자가 모두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도 서로 달라 남자가 힘들어 보인다며 썰을 풀으셨다. 그렇게 여러 명의 남 얘기를 듣고 미용실에서 나오면서, 남편이 나랑 아주머니가 했던 이야기를 꺼낸다. 


남편: 자기가 만약 교포나 외국 남자를 만났더라면 어땠을 것 같아?

나: 만약 우리 둘 중에 한 명이 교포 거나 외국인이었다면? 

남편: 웅.. 그렇지?

나: 음... 나는 약간 소외감들 것 같아. 타국 생활이 힘들 거라고 생각은 해주겠지만 완전히 공감은 못할 거고. 여기 친구도 있고 친지 가족 다 있는데 나는 없으니 더 외롭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면 내 앞에서 그 나라 언어로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도 소외감이 들거나 뭔가... 신뢰도 조금은 떨어질 것 같기도 하고... 

남편: 그런가? 


물론 장점도 굉장히 많겠지만 이미 토종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는데, 그의 앞에서 '미국 문화 모두 아는 사람과 결혼했다면 리스크도 적고 좋겠지~'라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좋은 점보다는 안 좋은 점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지금의 남편과 함께 미국이민을 한 것. 그리고 이 이민생활을 하나씩 밟아나가는 게 너무 행복하다. 남편과 이런 대화를 하고, 다음 날 남편이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 어제 자기가 외국인이랑 결혼하면 그 언어로 친구들이랑 얘기하면 소외감 느낄 것 같다고 한 거. 어제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나: 왜? 무슨 일 있었어?

남편: 오늘 다른 지사에서 온 사람들이랑 다 같이 만나는 날이었는데 중국인이 많은 지사에서 사람들이 왔거든. 정말 중국어밖에 안 들렸는데, 좀 힘들더라고. 하루 종일 모르는 언어로 얘기가 들려오니까 좀 피곤하기도 했고. 점심도 따로 나와서 먹게 되더라. 


회사에서도 다른 직원들이 내가 모르는 언어로 소통하면 소외감을 느끼는데 만약 내 가족까지 그러면 더 힘들 것 같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이 생각을 미국 오기 전에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미국에 일하러 가겠다고 했을 때 비자가 1년 반인 것을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았다. 1년 반만 일하러 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실 수도 있고, 또 1년 반 뒤에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에 대해 걱정하실 게 뻔했으니까. 그러나 부모님은 미국이민을 예감하셨던 걸까? 엄마는 미국 교포와의 선자리를 주선하셨다. 선도 처음이었는데 교포라니;;;; 뭐 그냥 만나보자 싶어서 만나 보았다. 예전에 들은 얘기 중에 교포들은 어쩔 땐 미국인 마인드, 어쩔 땐 한국인 마인드라고 했었기에, 이 얘기를 직접적으로 물어보니 하하하 웃으면 맞더란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아- 어쩔 땐 내가 상식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었다.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던 중에 '나는 미국인이라 그래.' 라던지 '나는 한국인의 피가 있잖아.'라고 해버리면 그 순간 의견 조율은 중단되고 만다. 물론 그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안 좋은 쪽으로 생각했을 거다. 그렇지만 내가 묻는 말에 하하하 웃으면서 맞다고 하기보다는 그렇지 않다고 했더라면 조금은 좋은 인상으로 남았을 텐데... 


우리는 둘 다 한국에서 대학까지 나온, 한국에서 대학원에 경력을 쌓은, 토종 한국인이다. 미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마구 도전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3년 전보다는, 2년 전보다는, 아니 1년 전보다는 장족의 발전을 했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늙었냐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이 우리 부부에게는 '신뢰'고 '믿음'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것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만약 미국 생활에 익숙한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이런 고생은 조금 덜 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빨리 미국 생활에 적응했을지도 모르고 영어도 더 많이 늘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타트업을 함께 설립한 동업자이다. 미국이민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결정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미국이 아닌 어디로 가게 되더라도 함께 잘 헤쳐나갈 자신이 있다. 교포와의 결혼이 아닌, 토종 한국인과 결혼하여 미국이민을 한 가장 큰 장점은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생겼다는 것. 그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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