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golife Feb 01. 2019

'3년살기' 시작은 미국 뉴욕

그리고 이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자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결혼 뒤, 남편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말이라도 얼마나 고맙나 싶지만, 나는 그 후로 진심으로 고민했다. 가족, 친구들 다 한국에 놔두고 미국까지 온 마당에 진짜 하고 싶은 걸 해보자.


남편, 우리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자


우리는 한국에서 미국 인턴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되어 친하게 지내다가,  2015년 12월에 둘다 미국 뉴욕에서 직장을 잡았다. 미국 인턴 준비를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미국에 도착하니 하루하루가 게임 스테이지처럼 도전 그 자체였기에 우리 둘은 함께 의지하며 스테이지를 깨 나갔고, 그러다 사귀게 되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나이에 '미국으로 도전'하는 것부터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꼈고,

'나는 나중에 이런 거 하고 싶어~'라는 '꿈순이' '꿈돌이'같은 성향을 가졌기에 함께 미래를 꿈꾸었다.

어떤 누구는 허황된 꿈만 꾸어대는 이상적인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자신 있었고 서로를 응원해주었다.


우리의 첫 미국 정착지인 뉴욕에서 3년을 지냈다.

두 번의 이직을 시도하고, 취업 영주권을 받고, 결혼도 하였다. 미국 뉴욕에서의 3년 동안 매일 많은 일이 있었다. 3년간 매달 수많은 일들이 있었으니 모두 기록하면 아마 36권의 책이 나오지 않을까. 울며 웃으며 함께 하다 보니 짧으면 짧을 수 있는 3년이라는 시간은 우리에게 30년처럼 느껴졌다. 창업 후 3년이나 살아남은 스타트업 동업자처럼. 3년간의 험난한 여정은 '우리 둘이기에' '함께이기에' 가능했 우리의 믿음은 아주 단단해졌다. 이제 영주권을 받아 미국에서 여러 도전이 가능해진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 종종 이야기했다.


아기를 낳을까.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까.


미국 영주권을 받으니 미국에서 이직도 가능해졌고 연금, 집 등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할 수 있는 것들도 생겼다. 그러면서 슬슬 애기를 갖아야 하는지 고민했다. 집을 보러 갈 때면 리얼터가 곧 애기가 생길 수 있으니 학군도 봐야 한다고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 둘은 자연스레 아기를 고민했다.


아기 외에도 무슨 일을 할지도 고민하였다. 남편은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이후로 미국에서 첫 직장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기에 원래 해보고 싶었던 세일즈 쪽으로 시작을 했다. 나는 마케팅 업무를 한국에서부터 지금까지 쭈욱 하고 있었지만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미국이라서 한계가 느껴지기보다는 마케팅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아이디어만으로 기획, 실행을 하는 회사에서 일을 할 때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전혀 확신이 생기지 않았고 재미도 없었다. 그래서 마케팅 분석 쪽으로 커리어 전환을 시도할지 고민했다. 크게 보면 같은 분야니까 마케팅 분석 쪽으로 전환을 하는 것은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정말 마케팅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 아기와 일.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생각하면 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만약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기를 가지려고 하지 않았을 텐데... 이 일은 계속했을까....


결혼을 했다고 해서 수순을 밟듯 아기를 갖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30년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회사, 대학원, 회사.... 그러한 수순에 맞춰 커왔던 사람이기에 아기를 갖는 것을 당연한 수순처럼 고민하게 되었다. 고민을 하고, 또 아기를 낳은 다른 이의 인생을 티비와 책, 그리고 친구들을 통해 보면서 어떤 게 나의 인생일까 고민했다. 결혼을 했다고 아기를 갖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기를 갖고 싶었을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기를 좋아하고 잘 돌봤지만, 매일 함께 있는 '육아'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아기를 갖지 않았을 거라고. 그리고 나의 교육관과 스스로의 통제력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전에 아기를 갖는 건 아닌 것 같다고. 그렇게 내 마음속에서는 결론이 나고 있었다.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일을 하는 동안 열심히 돈을 모아서 다음 이직 또는 학업 또는 여행 등 미래를 위해 준비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남편이 돈을 버니 나도 함께 벌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는데 그 책임감은 누구를 위한 책임감인가;;; 내 스스로 미래를 위해 적금을 들고 나를 위해 썼던 것처럼 나는 어느 정도 목표를 정해놓았고 그 목표가 달성된 이후로는 이직을 감행하거나 아니면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물론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그다음 계획이 나오면 좋겠지만, 다음 계획이 없다고 해서 계속 회사를 다니면 생각할 여유조차 없기에 회사를 그만두어도 나의 인생은 내가 책임질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다. 미국이니까 아예 다른 커리어로의 전환도 가능했다.


그렇게 머리를 비웠다. 그리고 '인생의 수순'에 대한 중압감도 내려놓았다.


나는 예전부터 지구 곳곳. 내가 갈 수 있는 곳을 가서 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 많은 곳을 여행 다니면서도 관광지보다는 주거지역에 있는 카페에 가서 그들의 삶을 구경했다. 집을 사기보다는 호텔 체인을 이용해 전 세계 곳곳에서 살고 싶었다. (왜 그런 멤버십은 없을까) 가족, 친구 모두 한국에 남겨놓고 남편과 단둘이 미국에서 살다 보니 우리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많았다. 이렇게 살 바에야 진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자. 고정관념, 일반적인 수순 이런 거 다 내려놓고. 우리는 둘 다 미국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남편은 북유럽에서 살아보고 싶다 했고, 나는 동남아에서 살아보고 싶다 했다. 그러나 우선은 미국. 우리 둘 다 이 커다란 미국 여러 곳곳을 살아보고 싶다는 점은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3년씩 살아보기로 했다.


3년 살기의 시작. 우리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자.


2016, 2017, 2018년. 뉴욕에서 딱 3년을 채워 살았다. 일도 하고, 이사도 하고, 여행도 하고.

뉴욕이 점점 재미가 없어질 즈음 우리는 타주로 갈 준비를 했다. 이직을 준비하고, 집을 알아보고.

그리고 2019년 2월, 우리는 텍사스로 간다.


3년씩 20곳에서 살면 60년. 우리는 90세가 된다.

3년씩 10곳에서 살면 30년. 60세가 된다. 딱 좋은 것 같다. 우리 엄마, 아빠의 지금.

60세가 되면 개인연금도 받을 수 있으니 그때는 연금 가지고 살아도 좋겠다 싶다.

30세부터 60세까지 30년간 3년씩 여행하듯 살고, 60세부터 90세까지 연금 가지고 살면 좋겠다.


2018년 남편과 내 이름의 개인연금을 하나씩 만들어 최대 금액의 금액을 부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개인연금은 최대 금액으로 들 계획이다. 59.9세부터 페널티 없이 빼서 쓸 수 있으니 앞으로 약 30년. 열심히 붓고, 60세부터는 연금으로 살자. 물론 적을 수도 있으니 401K 혜택을 주는 회사를 다니거나, 그 정도 혜택을 줄 수 있을 만큼 사업을 하고 싶다. 그리고 조금씩 모아 놓은 돈 역시 그 돈이 이자를 낳아주는 걸 직접 받아보니 더 많이 더 잘 묵혀두게 된다. 다행히 지금 금리가 높아 은행 이자율이 높아 리스크 없이 이자도 나오니 좋다. 우리의 계획에 있어서 아주 많은 돈은 필요가 없다. 오히려 지금 감사할 정도로 많다.


3년씩 살 생각을 하니 집 생각도 없어졌다. 사실은 2019년이나 2020년에 집을 사려고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렌트보다 나은 구석이 없어 고민하던 찰나였는데 우리의 목표가 좀 더 확고해지고 나서는 이 고민도 사라졌다.


혹시라도 3년보다 좀 더 길게 살고 싶은 곳이 생긴다면 작은 땅을 사서 살고 싶은 집을 지어도 좋겠다 싶다. 내 손으로 집 짓는 워크숍도 가봐야지.

전 세계 곳곳. 아주 작은 호텔 체인을 만들면 언제 어디서든 살 수 있지 않을까.

커피를 배우고 싶었는데 그건 텍사스에 도착하자마자 시작할 거고, 커피를 배우면 그쪽으로 일도 해보고 싶다.

작은 그린하우스를 갖고 싶다. 내가 먹는 허브나 채소를 직접 키워서 먹고 싶다.

짧게라도 하고 싶은 거는 해봐야지. 피아노를 배우면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할 것처럼 평생 해야 하는 게 싫었다. 짧게라도 해보고 싶은 거는 경험해봐야지.

남편과 함께 춤을 배우고 싶다. 결혼 10주년 때 작은 파티를 열어 춤을 추고 싶다.


앞으로 30년. 60세까지의 내 인생이 너무 기대가 된다. 재밌게 살아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이민후에도 명절은 명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