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취향에 맞는 동네 + 일자리가 있는 도시
두번째 '3년살기'로 후보를 둔 지역은 시카고와 텍사스, 엘에이였다. 차 대신 뚜벅이 생활을 좋아하는 우리에겐 뉴욕 외에는 미국에서 갈만한 지역이 많지는 않았다. 걸어서 그로서리 스토어를 가거나 카페, 레스토랑에 갈 수 있고, 그리고 큰 나무가 많은 동네가 있다면 좋았다. 한인 타운은 가까이에 있지 않고 약 1시간 차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물론 일자리가 많은 큰 도시가 있는 곳이어야 했기에 시카고, 텍사스, 엘에이로 지역을 좁혔다.
엘에이는 뉴욕살기의 3년째에 출장으로 자주 갔고, 또 남편과 함께 탐방을 다녀온 이후 마음에서 접었다. 엘에이 곳곳을 다닌 결과 우리와 별로 맞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워낙 넓은 엘에이를 다 다녀볼 수는 없었지만 걸어서 다닐만한 동네를 발견하지 못했고 큰 나무가 있는 곳도 많지 않았다. 산 같은 곳도 다녀봤지만 나무가 적어 매력적이지 않았고, 바다는 좋았지만... 사실 나는 강이나 바닷바람을 좋아하지 않기에 점점 순위에서 미루어졌다. 남편과의 엘에이 탐방 마지막 이틀 동안은 탐방을 접고 유니버셜센터와 디즈니랜드 등을 돌아보며 마지막인 것처럼 놀고 뉴욕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마 일로 갔던 곳이었기에 '일'에 대한 인상이 섞여 더 순위에서 밀려났는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좀 더 살면서 캘리포니아는 더 탐방해보기로...
시카고는 뉴욕과 많이 닮아있는 도시라고 들었다. 게다가 깨끗했고 집값이 뉴욕보다 저렴했다. 도시 안에서도 좋은 지역에 집을 마련할 수 있을뿐더러, 걸어서 생활이 가능했고 대중교통도 괜찮다고 들었다. 다만 우려할 점이 있다면 날씨였다. 강이나 바다를 '바람'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은 만큼 춥고 바람 부는 것을 싫어하는데 시카고는 '바람의 도시' 아닌가. 어쨌거나 뉴욕에서든 한국에서든 4계절을 겪어왔기에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뉴욕-시카고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그리고 시카고, 텍사스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텍사스. 텍사스의 큰 도시는 휴스턴, 달라스, 오스틴, 샌안토니오가 있다. 엘에이에 있던 큰 회사들이 텍사스로 옮겨가기 시작하면서 텍사스 붐이 일 정도로 유입이 많아지고 있었다. 일자리도 많고, 따뜻해서 살기도 좋았지만 자연재해가 있어 위험하다고 한다. 따뜻한 지역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기에 마음에 들었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엘에이와 비슷할까? 시카고를 먼저 간 뒤, 텍사스를 가보려고 하였으나 남편이 텍사스 달라스에서 잡 오퍼를 받게 되면서 계획이 달라졌다. 그리고 시카고에서도 인터뷰를 봤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기에 텍사스를 가보기로 했다. 오퍼를 받아들인다면 입사 날짜도 정해져 있어서 만약 달라스가 마음에 들면 바로 집도 알아보고 계약하기로 하고 5박 6일 달라스 탐방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