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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golife May 14. 2019

퇴사 후, 쉬는 것에 대한 민망함.

미국이나, 한국이나....

2019년 2월 말, 나와 남편은 뉴욕에서 텍사스로 이주를 왔다. 남편이 텍사스의 한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고 나는 곧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뉴욕에서 이직했던 회사를 다닌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한국 회사의 미국 법인이었고, 나는 미국 회사를 가거나 미국에서 대학원을 가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언제든지 그만둘 생각은 있었다. 다만 아직은 명확한 계획이 나오지 않아 다니고 있었을 뿐이었기에 홀가분하게 그만 뒀다.  


뉴욕이 지겹지는 않았지만 다른 주에서의 생활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남편과 만장일치로 결정하고, 한국에서의 결혼식 등 큰 일을 모두 끝내자마자 우리는 타주로의 모험을 감행했다. 약 3개월간 잡서칭을 하던 중 텍사스 직장 오퍼를 받게 되어 우리는 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집을 알아보러 갔다. 이사짐 업체를 알아보고, 텍사스 집, 그리고 뉴욕 집을 정리하는 등등 알아볼 건 산더미. '미국 내 이주는 이민과 같다'라는 말이 정말 맞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준비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 만약 회사를 다니면서 했다면 둘 중 하나는 뒷전이었을 것이다. 그 덕에 남편은 텍사스 이주 바로 전까지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었고 나는 모든 준비를 혼자 도맡아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뉴욕에서 텍사스는 어떻게 오셨어요? 무슨 일 하세요? 

텍사스 사람들은 참 친절했다. 집을 구하면서 많은 콘도 매니지먼트를 방문하고, 또 우버를 타고, 식당을 가는 등 매사 사람들은 친절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어쩌다 우린 뉴욕에서 왔고 텍사스에서는 NEW야. 라고 말할 때마다 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대답해야 했는데, 남편 Job 때문에 왔다고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나에게도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본다. 뉴욕에서 일을 그만두고 왔다고 하면 대화가 끊기거나, 약간은 안 됬다는 듯한 시선이 다가온다. 


사실 텍사스에 오자마자 잡인터뷰 몇 개를 잡았었다. 그러나 한국부터 시작해서 이주까지 많은 일이 있었고 그 탓인지 나는 응급실에 갈 정도로 아팠다. 응급실 비용이 1만불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응급실을 갈 정도였으니, 잡인터뷰에 가는 게 오히려 사치였다. 그렇게 몇 인터뷰 기회를 놓치고, 잡페어도 다녀왔지만 곧 나는 구직 활동을 내려 놓았다. 미국 회사로의 이직에 대해 자신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마케팅 직종에서 일을 한다면 좀 더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대학원을 가야했다. 한편으로 아기를 가질 생각도 하고 있었다. 당장은 아니고 아기 가질 몸, 마음 준비를 하는 등 계획을 세우자고 남편과 이야기 중이었다. 미국 회사로의 이직이나 미국 대학원도 나의 인생에서 큰 계획인데 2세계획은 더욱 더 큰 계획이다.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내 스스로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많기에 이 크나큰 옵션 들 중 하나만 결정해야했고, 우리는 우선 마음과 몸을 좀 준비해놓기로 했다. 대학원, 회사는 나중에 가도 되지만 아기는 너무 늦추면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사업도 슬슬 계획하면 어떨까..사실 대학원도 (전문 직종의) 회사를 가기 위한 단계일 뿐이다. 그리고 나는 회사에 뼈를 묻으며 일할 생각도 없고, 나와 남편은 결혼 전부터 매일 사업 얘기를 했었다. 결국 최종 목표는 사업이다. 2세 생각을 하며 지금의 커리어를 포기하니, 이젠 또 사업을 생각하고 있다. 


참.... 나도 못말리는 존재다.
그런데 어떨 수 없는 게.
뭐라도 하지않으면 나를 정상인으로 봐주는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저번주에 산부인과를 가서 정기 검진을 받았다. 새로운 병원이었기에 여러가지 물어보는 게 참 많았는데 그 중엔 학력, 직업이 있다. Master 졸업했고, 지금은 글세...House wife? 라고 하니 스페니쉬+흑인의 40대? 50대? 되어 보이는 여의사가 'What~?'이라는 표정으로... 너 마스터까지 하고 지금 주부라고? 라는 표정으로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헤이~ 라고 운을 띄우고는 '나 뉴욕에서 왔는데, 텍사스 오자마자 아파서 응급실 다녀왔어. 그리고아기 갖을 계획이 있어.' 라고 혼자 주절 주절 변명을 하고 있다. 


또 한번은 홀푸드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할머니 4분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들이 땡볕에 서있는게 안타까워 홀푸드 앞에 앉아있으면 버스 오면 내가 불러드린다고 하니 고맙다고 하신다. 그 중 한분은 내 옆에 남아 계시며 말을 거셨는데, 관광중이라고 하시더라. 나도 뉴욕에서 얼마 안된다고 하니, 어떻게 텍사스로 오게되었냐고. 남편 일때문에 왔어. 하니 '오~미안' 하시며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


지금 텍사스로 이주 온지 3개월이 되지 않은 시간동안,  이런 일을 몇번이나 겪다보니 뭐라도 해야하나 싶다;;;;

물론 회사 다닐 때보다 바쁘진 않지만 이것 저것 집에서 집안일도 하고, 내 일도 하고, 은행 정리도 하고, 집도 알아보고 하다보면 하루는 착착 지나간다. 커리어가 끊기는 것에 대해서는 1-2년 쉰다해서 엄청난 타격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타격이 있다면 스스로 복구할 자신도 있는데) 왜케 다들 못잡아 먹어 안달인지...

 

나두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고 돈도 아끼며 살아왔다. 
회사 다니면서는 못 하는 '쉼' 좀 가질게. 
나 좀 내버려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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