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스타트업처럼
내 남편은 나보다 연하다.
'연하임에도 불구하고 이런게 좋았어'가 아니라, '사람' 그 자체만으로 너무나 괜찮은 사람이기에 결혼을 결심했다. 이 남자의 인성이, 이 남자의 미래가, 그리고 우리 둘이 함께 그려나가는 미래를 꿈꿔보니 너무 좋았다.
MBA를 다닐 때, 한 교수님이 결혼을 스타트업처럼 하라고 하셨다.
다 갖춰서 결혼하는 M&A 합병 말고, 스타트업 동업자처럼 하라고.
결혼한지 3년째, 이제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연상과 연하 이루어놓은 것이 다르다.
연상과 연하는 당연히 이루어 놓은 것이 다르다. 그건 내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20살의 나와 30살의 나는 다르다. 직급도, 학력도, 연봉도. 흔히 배우자의 기준이 되는 연봉, 직업은 특히나 나이에 따라 눈에 띄게 다르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람 대 사람이 아닌, 연상 대 연하로 비교했다.
같은 회사, 같은 부서 사람이라도 대부분 직급이 높을수록 나이가 많다. 신입직원과 경력직원을 어찌 비교 할까. 하지만 성실성에 있어서는 연상 대 연하로 두고 비교하지 않는다. 이 사람이 얼마나 성실한지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비교가 된다. 내가 연상으로서 유리한 것은 사회생활, 그리고 가정에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 것같은지를 조금 더 잘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실성은 비록 회사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가정에서의 성실함. 그리고 자기 일에서의 성실함에 더불어 책임감까지 있다면 가히 최고의 배우자감이라 말할 수 있다.
+ 연하는 몇년만 있으면 연상과 같은 연봉을 받을 수 있고, 은퇴가 늦다는 게 장점일 수 있을까?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방법.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더 그런 것 같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아니오'를 바라지 않는 것. 아니 용납하지 않는 것. 그리고 나이가 어린 사람은 많은 사람에게 존중을 표해야 한다는 것. 반말 존댓말. 우리의 문화엔 그런 규정들이 스며들어있다. 그렇다보니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에는 나이 차별이 따른다. 앞서 말했듯,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업적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런 업적을 존중해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사람도 어린 사람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대학 졸업 이후, 특히 사회 초년생에게는 2-3년의 경력 기간이 연봉, 직급 등에 있어서 당연히 많은 차이를 이룬다. 하지만 배우자로 볼 때, 그런 것들에 경의를 표하고 우러러 보기보다는 우리 둘의 의견이 대등한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설사 그 사람의 멋짐을 보고 만나게 되었더라도, 그 다음 꼭 봐야 할 것은 대등함이다.
남편은 내가 사업도 하고 MBA도 다니는 당찬 모습을 보며 호기심을 느꼈다고 한다. 오히려 나는 남편의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의 (충격적인) 경험담 등을 듣고 존경스러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동등한 대우를 해주려고 노력했다. 연상 대 연하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 넘어오는 순간이다.
결혼은 스타트업 처럼
3년을 이렇게 살고보니 결혼 초 1년은 참 많이 행복하면서도 부딪히기도 했다. 잘 싸우지 않은 우리 사이에서 싸웠을 짐한 일이 몇번 있었기 때문이다. 많지 않은 나이에 우리 둘은 만나서 결혼했고 이민을 왔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진짜 스타트업 창업하듯이 동업자의 마인드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집안일도 서로 대신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