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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golife Dec 18. 2018

SBS 스페셜 '아이 낳을까 말까'

결혼 3년 차 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 부부! 아이 낳을까? 말까?

SBS 스페셜 12월 16일에 방영한 '아이 낳을까? 말까?'편은 팔로우 중인 여러 인스타그램에서 실시간으로 난리가 났기에 온라인에 뜨기만을 기다렸다. 두 달 전 결혼 2주년을 한국에서 보낸 우리에게도 아이를 갖는 것은 슬슬 고민해볼 문제이기에 기대를 안고 보았다.  



아이 낳을까? 말까? 고민을 하는 이유 


SBS 스페셜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들을 보여주고자 엄청나게 고지식할 것 같은 집안의 할아버지 인터뷰와 제사 모습을 담았고, 집안일 하나 까딱하지 않지만 둘째는 바라는 남편의 모습도 보여주었고, 또 그 반대로 좋은 모습도 보여주고자 가사를 함께 하는 남편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남편이 가사를 함께 하는 가정은 여자가 함께 돈을 버는 맞벌이다. 물론 육아 휴직 중이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남편이 집안일 하나 까딱하지 않은 가정은 여자가 일을 그만두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일 뿐. 


사실 저출산의 요인을 세대 간의 갈등, 가사에 참여하지 않는 남편, 경제적인 이유로만 볼 수는 없다. 나는 가장 큰 요인을 바로 가치관의 변화라고 본다. 여자들의 사회 참여가 많아지면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일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많아서 출산을 기피한다? 이런 가치관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일을 하면서 내 생활을 영위하면서 여행도 가고 내가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쇼핑도 하고. 

남자들도 일하면서 여행도 가고 술도 마시고 게임도 하지 않나. 

그냥 똑같다. 일을 하는 이유? 내가 하고 싶은 거 내 돈으로 하고 싶은 게 크다. 


누구나 내 인생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그걸 깨닫는 나이가 바로 20대 후반부터이다. 요즘은 대학 입학도 치열하니 어쩌면 10대 후반부터 '미친 듯이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불행을 자처하는 장애물을 알면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숨 쉬는 데에도 장애물이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 장애물이라는 것은 단순히 '출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제적인 것뿐이 아니라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요소들을 포함한다. '결혼'도 그에 속하고 우리가 하는 모든 '도전'들이 그에 속한다. 그러나 그중의 제일은 '출산'이다. 여행은 하고 돌아오면 된다. 퇴사를 하면 이직을 하거나 사업을 하거나 알바를 할 수 도 있다. 결혼? 그래... 이혼이라는 게 있긴 하다. 그러나 출산. 애를 낳으면 어떻게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Having a baby is like getting a tattoo on your face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원제 EAT PRAY LOVE)'에서 성공한 결혼생활을 하던 주인공이 아기를 갖는 것을 고민하던 중에 애를 낳은 친한 친구에게 들은 말이다. 'Having a baby is like getting a tattoo on your face. 아기를 갖는 것은 얼굴에 문신을 하는 것과 같아.'  절대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친구에게 묻는다. 언제부터 애를 가질 생각을 했냐고. 망설이던 친구는 오랫동안 간직해오던 자신의 꿈이 담긴 박스를 열어보라고 한다. 그 박스 안에는 예쁜 아기 옷이 들어있다. 친구는 안다. 아기를 갖는 것은 자기 얼굴에 타투를 새기는 정도로 절대 되돌 일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걸 감수하면서 아기를 갖는 것을 본인이 원한 것이다. 주인공은 파티가 끝나고 돌아오면서 주인공의 남편이 학교로 돌아가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난생처음 신께 기도를 한다. 교수로서, 작가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잘 쌓아온 주인공은 작년까지만 해도 집 인테리어를 하며 완벽한 가족을 꿈꿨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그 집 안에서 난생처음 신께 기도를 드리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간청하고 침대로 돌아가 남편에게 이혼하고 싶다 말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난 결혼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고. 

 

그녀는 그녀의 친구가 오랫동안 간직하던 박스를 여는 순간, 그녀의 박스를 떠올렸다. 지도와 여행책이 담겨있는 박스. 

그리고 남편이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자마자 본인이 원하는 삶 역시 떠올렸을 것이다. 


그녀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녀는 정확히 모르는 듯했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입맛. 살아갈 입맛을 잃었다. 이태리에 가서 식욕을 되찾고, 인도에 가서 Guru (a spiritual teacher)를 만나고, 그리고 인도네시아 발리에 가기로 했다. 그녀의 친구는 잠시 말렸지만 결국 공항에서는 '나도 너와 함께 가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녀의 친구는 안다. 아이가 있으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해야 하는지. 그러나 그 또한 그녀가 선택한 삶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난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으로 갔다. 


이 영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처음 이 영화를 보고 인도네시아 발리에 갔던 때가 떠오른다. 영화 속 그녀가 이태리, 인도를 거쳐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는 우붓이었다. 거기서 그녀는 새로운 사랑을 만났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마지막 종착지. 나는 무작정 떠난 것은 아니고 한 번은 동남아시아 여행을 하면서 갔고, 한 번은 출장을 동남아시아로 갔다가 일부러 휴가를 내어 하루 다녀왔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가면 보통 바다를 보고 서핑을 하는 것을 떠올리지만. 나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매번 우붓 Ubud으로 갔다. 사랑을 만나고자 한 것은 아니었고, 어찌 보면 영화에서 가장 밝은 면을 보여준 곳이었기에 그곳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서 동남아시아 여행 또는 출장을 가면 꼭 비싼 항공권을 끊어 하루라도 그곳에 갔었다. 3년에 걸쳐 2번 갔었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 나는 여행을 즐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행은 오히려 나를 우울하게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조금은 덜 어렵게 할 수 있길


여행이 나를 우울하게 하였으나, 그녀에게는 삶의 활력을 불어넣었듯이. 

그녀의 친구는 여행을 혼자 떠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으나 사랑하는 아기를 가졌듯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게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지만. 우리 내면 깊숙이 있고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기를 낳으면 아주 많은 장애물이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를 잠시 내려놓고 여행을 하는 것 역시 많은 장애물이 있다. 


출산에 있어서 그 장애물을 완화시켜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현재 정부가 필요로 하는 것이기에 많은 혜택이 필요한 것일 뿐. 그 혜택을 받으려고 출산을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출산을 많이 하면 출산 억제를 위한 혜택은 만드는 게 정부고, 오히려 그때는 그 정책이 있더라도 애를 더 많이 낳으려고 했다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한다. 


어떤 걸 택하더라도 너무 많은 장애가 없는 그런 인생이면 참 좋겠다. 

그래서 일과 삶의 발란스가 중요한 거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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