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 결혼한지 2년 반만에 표 1개에서 표 5개가 되다.
2016년 10월 결혼 - 내 다이어리에 끄적끄적.
2016년 10월 결혼한 이후, 둘의 소소한 가계를 내 다이어리에 끄적거리길 6개월.
2017년 - 엑셀을 만들어 매달 마지막일 통장 잔고 기입. 그 달의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를 확인.
2017년 5월부터는 가계부를 엑셀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더하기 빼기 일일이 하는 게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의 가계부는 그다지 부지런하지 않다. 그저 매달 마지막일을 기준으로 각 통장의 잔고를 적어 합계를 확인하고, 그 달 번 것에서 통장 잔고 합계를 빼서 그 달의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를 확인하는 정도. 표 1개로 매달 가계부 완성. 끝.
매달 마지막 날, 남편을 불러 남편 계좌 잔고와 내 잔고를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가계부를 한 표로 완성했다. (사실 남편은 나한테 돈을 다 맡기는 상황이고 내가 비밀번호를 다 알고는 있지만, 남편도 참여를 시키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게 하고 싶어 매달 마지막 날 즈음 같이 잔고를 확인한다.)
2018년 신용 카드를 마구 만들기 시작하면서 매우 심플한 손익계산서 + 재무상태표 작성.
그렇게 2017년 연말까지 표 한 개로 심플하게 가계를 관리하다가 2018년 한국 갈 계획을 세우면서 신용 카드를 어마 어마하게 늘리기 시작하였고, 우리의 씀씀이를 카드 결제 금액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달의 카드 결제 금액을 확인하는 표 (그 달 쓴 비용 = 카드 결제 금액) 그리고 통장 잔고 표. 이렇게 2개의 표가 생겨났고 전달과 이달의 통장 잔고 차액이 이달 번 돈에서 카드 결제 금액 (이 달 쓴 비용)을 뺀 순수익과 맞는지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정확성이 +1이 되었다.
그토록 외면하던 회계 원리는 내 뇌 속에 은연중에 남아있는 건가...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를 나도 모르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2019년 가계부는 더 이상 가계부가 아니다. 엑셀(넘버스)에서 페이지로의 전환.
2019년이 아직 채 되지 않은 2018년 12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포멧을 바꿨다.
집을 살 계획도 하다 보니 그저 이번 달 얼마 벌었지 정도로는 계산이 되지 않았고, 남편 카드, 내 카드뿐 아니라 서로에게 만들어준 Additional user 카드가 넘쳐나니 카드 결제를 오토 페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결제일을 지나친 경우가 생겼다.
그리고 몇 번의 이사를 하다 보니 집주소를 까먹기 시작하고, 핸드폰 번호도 2차례 바꾸니 이전 번호도 잊히기 시작했다. (미국은 은행 계좌 만들다 보면 크레딧 체크를 하고, 크레딧 체크할 때 이전 집주소도 확인하기 때문에 5년간의 거주지 주소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의 가계부에는 카드 관련 표, 집주소와 폰번호 히스토리 표, 그리고 항공 및 호텔 마일리 지표가 추가되었다. 카드 관련 표에는 카드 가입일, 명의, 연회비, 연회비 언제 내는지, 혜택을 정리하였고, 집주소와 폰번호 히스토리는 말 그대로 이전 집주소와 이전 폰번호 기입하였고, 신용 카드를 만들면서 사인 업 혜택으로 항공 마일리지 및 호텔 포인트를 받다 보니 이 숫자들을 정리하는 표를 만들었다. 이에 더하여 그달의 손익을 확인하던 표에는 연금 (IRA, 401K)이 추가되었다.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아니 더 많이 놀러 다니고 싶어서.
2016년 1개의 표에서 2019년까지 5개의 표를 만들게 된 이유는 2018년 한국 갈 계획을 세우면서 만들었던 신용카드의 혜택의 맛을 본 게 첫 번째 이유. 두 번째 이유는 연금이 생기고, 집 구매를 위한 돈을 모으면서 단/중/장기 자산을 나눌 필요가 생겨서이다.
2018년부터 신용 카드를 만들고 사용함으로써 받은 항공 마일리지로 부부 두 명의 직항 왕복 항공권을 해결했고, 호텔 역시 포인트로 숙박할 수 있었다. 모두 카드의 혜택으로 해결했고 100불이 채 되지 않은 금액이 세금으로만 나갔을 뿐이다. 게다가 크레딧 카드를 만들고 히스토리를 쌓아가는 것은 미국에서 크레딧 관리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일석이조!
집을 사려고 모아둔 자산은 오래 묵혀둘 것이므로 CD나 세이빙에 넣어두고 틈틈이 은행에서 좋은 프로모션이 있으면 그 돈을 옮겨놓아 보너스 역시 챙기려고 노력했다. (0.1% 이자율과 2% 이자율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는 숫자로 확인해야 더 크게 와 닿는다.) 그리고 이직을 하면서 회사에서 401K가 생겼고 개인연금으로 IRA를 만들었다. 이 금액은 매달 번 돈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에 비용으로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은행 잔고로 넣기도 애매했다. 59.9세까지 쓸 수 없으니 말이다. (쓸 수는 있으나 페널티를 내야 한다.) 그래서 예전에 썼던 그달의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표는 단기 자산, 집값을 요리조리 옮겨 놓는 표는 중기 자산, 연금 등 약 30년은 묶어놔야 하는 표는 장기 자신으로. 한 표에 모두 있으나 분류를 따로 하여 업그레이드시켰다.
이렇게 하고 보니 우리 부부가 2019년에 하고 싶던 것들을 직접 현실로 만들 수가 있더라. 2019년에 해외여행 1회, 국내 여행 (미국 내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닐만한 곳으로의 여행) 1회를 꼭 하자고 했었는데. 벌써 2019년 유럽으로의 여행 준비를 끝마쳤다. 신용 카드를 통해 받은 항공 마일리지와 호텔 포인트로 모두 가능했고 이미 다 예약을 한 상황. 국내 여행 역시 가고 싶은 몇 군데는 있고 그곳으로 갈 수 있는 항공 마일리지와 5박이 가능한 호텔 포인트가 있으므로 시간만 난다면 바로 예약 가능!
게다가 큰 지출이 있을 때를 대비하여 은행 예금, CD 보너스 등도 어느 정도는 미리미리 계획할 수 있었다.
이렇게 미리 준비를 하더라도 언제 큰 지출이 갑자기 발생할지 모르는 게 인생.
다이어리에 끄적거리던 가계부가 가계를 넘어 우리 가정의 히스토리, 미래 계획까지 만드는 수준이 되고 나니 '얼마를 벌었으니 이걸 하자'가 아니라. '이걸 하고 싶으니 얼만큼 벌고 어떻게 관리해야겠다'로 생각의 방식이 전환된다. 가족 한명없는 미국땅에서 여전히 희미하고 뿌연 안갯속을 걷는 우리 둘이지만, 여기저기 부딪혀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서는 방패와 보호막 또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꿈꾸기 위해서. 그리고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