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것 같죠?
요즘 집을 보러 다니느라 주말마다 스케쥴을 꽉 채워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다. 실제로 한 집을 계약하려고 오퍼도 해봤고, 오퍼를 취소하기도 했다. 여전히 집을 보러다니는 중이고, 2월까지 마음에 드는 집이 없으면 렌트를 한번 더 해도 괜찮다. 2020년 경기위기설에 대해서는 2018년부터 들어왔던지라 지금은 집을 사도 불안, 안 사도 불안. 오히려 인베스트용으로 집을 사는 게 낫겠다 싶다.
1990년대에 지어진 집부터 지금 짓는 집, 그리고 내가 계약을 해서 지을 수 있는 집까지 보고 있다. 지금 짓는 집, 즉 빌더(건축업체)가 땅을 미리 구입해서 커뮤니티 형식으로 집을 짓는 곳을 가보는 것이 제일 재밌기는 하다. 새집을 집고 있고, 모델하우스를 보는 것도 재미있고, 빌더 오피스에서 세일즈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호의적이라 대화가 재미있기도 하다.
이번에 보러 간 빌더엔 한 50세 즈음 되어보이는 여성분이 계셨다. 매우 친절해서 우리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보고 아이가 있냐고 물어보길래, '글쎄 곧 가질 수도 있겠지?' 하면서 우리는 둘 뿐이다 라는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냐며 자기 아들 이야기를 한다. 원래는 플로리다 근처에 살다가 여기로 이사를 왔다며 외동 아들이 있는데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했고 손주가 생길 수도 있고 해서 외동 아들이 결혼해 가정을 꾸린 이 곳으로 이사를 왔단다. 우리는 미국인들은 한 곳에서 주욱 사는 줄 알았는데 많이 옮겨다닌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게다가 결혼한 아들을 따라 이사를 왔다니... 아들이 몇살이냐고 물어보니 20대 중반이란다. "아직 아기를 갖기엔 어려요~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나이네요." 이랬더니 "결혼 한지 5년이나 됬는데?!" 란다. 결혼한 아들을 따라와 타주로 이사를 온 것도 대단하지만 태어나지도 않은 손주를 위해서 왔다니;; 아기 봐줄 사람은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아들과 며느리의 부담감 역시 느껴지는 찰나, "걔네들도 아기 생각을 좀 하면 좋겠네~"라는 말이 이어진다.
미국도 딩크족이 늘어나고 있는데 아마 아들 역시 아직은 아이 계획이 없나보다. 아직이 될 수도, 계속이 될 수도 있지만. 요즘 20-30대 사이에도 은퇴 걱정은 화두다. 게다가 빨리 은퇴를 하고 싶어하는 FIRE족도 있다. 늘어나는 수명과 경제 위기, 그리고 인생의 질을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부상하면서 아이 대신 본인의 삶의 질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런 세대와 윗 세대간의 갈등은 미국에도 당연히 있다. 겉에서 보기엔 개인의 삶을 매우 독립적으로 유지시켜 줄 것 같지만 미국의 가정은 오히려 한국보다 보수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남편과 나는 둘이 다니다 마주치는 50대 이상의 여성분들은 애가 있는지 꼭 물어보신다. 남편의 전 직장 사장님은 교포지만 영어가 훨씬 편한 분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만나면 애 언제 가질건지 꼭 물어보셨다. 미국인과 결혼한 내 친구들은 시댁에서 일을 그만두고 애를 가지라는 말도 들어봤다. 이런 문화가 있다보니 한국에만 있을 것 같은 고부갈등도 당연히 존재한다.
우리 시부모님은 자녀없이 너희들끼리 살으라는 말을 하셨지만, 만약 우리가 한국에 살면서 고부갈등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난 남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남편의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 다면 답변을 할 재간은 없다. 부모님을 잘 아는 건 아무래도 나보다 남편일테니. 또 한편으론 나도 내 부모님을 잘 모르는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어쨌거나 아들이 해결하는 게 낫지.....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가다보면 그래 부모님 다 한국에 계시고, 우리만 미국에 사니 고부갈등은 별로 없어 좋네. 순간 그런 생각이 들다 싶다가도 부모님과 함께 이어나가는 인생이 그립다.
어쨌거나 하고 싶은 말.
미국도 똑같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