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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고정관념


그 여자가 파혼을 했다는 얘기를 건너건너 듣게 되었다. 하기야 요즘 같은 세상에 이혼도 많은데 파혼이야 뭐 그게 대수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상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꿈꾸던 그녀의 파혼 소식은 다소 낯설었다.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상대가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평소 그 여자의 이상형을 익히 알고 있었던 지영은 그렇게 고르고 고른 상대에게 어떤 문제가 있기에 파혼에까지 이르렀지는 사실 궁금했다.



얼굴도 못 생긴 편이 아닌데다 집안에 돈도 좀 있었고, 거기다 오빠들 둘이 하나는 의사에다 법관이니 그여자는 적어도 그 둘 중 하나와 같은 류의 직업을 가진 남자와 결혼할 거라고 사람들은 다 기대했는데 정작 신랑감은 대학에서 이제 막 박사과정에 입학한 학생이었다.

박사도 아니고 박사 과정이라니. 정작 교수가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고 결혼 생활에서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친구들의 염려도 그 여자는 깔끔하게 정리했다.


누가 벌면 어떠니, 나한테 물려받은 게 좀 있잖아. 그거 미리 당겨서 쓴다고 생각하지 뭐.


그녀의 선선한 대답에 친구들은 대단하다며 환호를 질렀고 도대체 신랑감의 어디가 좋아서 그런 결정을 했냐고 묻기에 이르렀다.


난, 다른 거 안 봐. 남자의 턱선이 중요하거든. 그 남자는 턱선이 오묘해. 그런 턱선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니까. 샤프한 데다 매끄럽고 암튼 내가 추구하는 이상형이야.


그 여자의 말에 친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세상에 턱선이 결혼의 조건이라니. 게다가 날렵한 턱선이라니. 오히려 그렇게 날카로운 턱선을 가진 사람은 성격도 까다로운 거 아닌가. 다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거 같았지만 입밖으로 내지 않는 눈치였다. 어쨌거나. 개인의 취향이니까.



파혼 이후 그 여자가 술이나 먹자며 자리를 만들었다.

술이 서너 잔 돌자, 술이 세지 않던 친구들은 벽에 기대 눈을 감거나 집으로 돌아갔고 끝까지 남은 것은 지영과 단 둘뿐이었다.


왜 그랬어? 뭐가 문제였는데? 턱선이 그리도 좋았다며?

지영이 묻자 그 여자가 말했다.

알고 보니 성형이었어. 난 자연산을 원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사기 아니니?

난 레알을 원했을 뿐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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