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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1그램

드디어 영혼을 사고파는 것이 허용되었다.

국가에서 ‘혼이 가득한 교육’을 장려한 이후로 영혼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으나 영혼이란 본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부족해도 하등 걱정이 없었다. 사람들이 영혼의 중요성에 대해 등한시하자 교육부에서는 영혼 측정기를 학교에 도입하여 매달 학생들의 영혼부터 측정해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법안을 발표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전전긍긍하기 시작했다. 영혼의 부족은 인성과 교육의 부족이라는 국가가 내건 법안에 일부 사람들이 반기를 들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금세 묻혔다.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영혼을 파는 가게에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드는 광경만 신문과 방송에서 볼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자기의 영혼이 부족한 것이 드러날까 봐 영혼을 사기 시작했다. 평소 영혼에 대한 목마름이 컸던 사람들, 순수함을 영혼이라 착각한 사람들, 사랑의 깊이와 영혼을 동급으로 생각한 사람들, 돈은 많은데 주변에 온정이 없다고 소문난 사람들이 가게로 몰려들었다. 문제는 한 번 채운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주기적으로 영혼을 채워줘야 하는데 영혼이 부족해지자 점차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천정부지로 올라, 급기야 한 달 월급으로도 필요한 양을 채우기 어려워졌다. 그러니 입시가 코앞이거나 취업과 승진 같은 중요한 일을 앞둔 사람들은 웃돈을 주고 사기에 이르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이지만 펌프질로 채우고 나면 사람들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 영혼을 많이 채운 사람들은 발이 땅에 닿지 않아 풍선처럼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그런 사람을 부러워하는 풍조가 생기자 너도나도 풍선같이 떠다니는 사람들이 늘었다. 거리는 영혼만 비대한 사람. 영혼이 아예 몸 밖으로 삐져나와 주체할 수 없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심지어는 자기 영혼을 밟고 떠다니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영혼을 살 수 없어서 몸이 그대로였는데 그들은 불어나지 않은 몸을 부끄러워했다. 영혼을 사지 않아 몸밖에 없는 사람들을 비웃는 영혼 1그램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하루는 영혼 1그램 중 하나가 소설가 P를 찾아왔다. 소설가 P도 가난하기는 매한가지여서 둘은 술을 마시면서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말했다. 최근 거리나 상점에는 떠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천장이 없는 하늘 자리가 생겼고 그 뒤부터 하늘과 땅으로 나뉘어 사람들은 술을 마시기에 이르렀기에 지상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점차 지상이 아닌 천상에서 살기 시작했고 쓰레기로 가득했던 공원에는 풀과 꽃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영혼 1그램들은 모처럼 평온을느끼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지상에는 영혼 1그램들만 남게 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하늘로 올라가 떠다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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