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굉장히 연역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Mbti 결과에 대해서 꽤나 동의한다. 'ENTJ'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사람. 나는 연역적인 사고방식을 내가 살아가는 모습에도 대입한다. 평소에 명확한 목적을 갖고 행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위해서 사는지, 왜 요리를 하는지, 내가 왜 요리를 좋아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파헤치며 나만의 답을 갖고 행동했다. 그러던 중 최근 그런 이유들이 하나씩 무뎌지고 희미해짐을 느꼈다. 지금의 나를 잡아주는 중심축들이 흔들리니 나도 온전하지 않고 부정적인 마음이 안에서 세력을 키워가는 느낌이었다.
뭐 이러한 상태가 크게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겪는 어떤 그런 감기 같은 것이니까. 그렇지만 그것이 쉽게 지나가는 감기가 될지 오랫동안 나를 아프게 하는 독감이 될지는 내가 어떻게 대처하냐에 달려있다.
나에게 예고를 하였을 정도로 뻔히 예상했던 일이었다. 요리사는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하루는 주방에서 보낸다. 당연히 삶의 균형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동시에 빈 공간에서 어떤 결핍을 느끼는 것은 뭐 이것도 인간이 사회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그런 항상성에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됨을 알지만 나는 요리를 잘해야 하는 이유가 있고, 분명히 이 직업은 고됨을 감내하며 성취하는 경험이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인지했기에 나는 선택한 것이었다. 선택은 동시에 포기한다라는 말과 같다. 즉, 나라는 균형에서 무엇이 결핍되고 치우칠지를 예상했고,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분명히 무언가 포기해야 한다고 믿고 있기에 그렇게 행동했다.
내 마음이 내 뜻대로 되지는 않으니
다스리려 노력하지만 그것이 최선인 게 마음인 거 같다. 끊임없는 생각을 통해 선택을 하였어도 마음속 투정은 잡초 같다. 그래서 최근 그리고 지금도 우울감과 의욕이 생기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민을 이야기했지만 어느 순간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내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더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지금 나에게 도움 되는 책을 계속 찾아다녔다. 물론 도움이 되었지만 그것보다 효과적으로 조금 답답한 마음의 뭉치를 풀어준 것은 다름 아닌 내가 과거에 쓴 글을 보면서였다.
"그 과정이 고되기에 일에 몰두해야 하는 지금은 과거보다 내 신념이 무뎌졌다. 그렇지만 분명히 다시 회복할 것이다. 그 무뎌짐도 내가 성장하기 위해 감내해야 할 것이다."
먼 미래를 위해 지금을 할애한다고 생각하면 지금이 무던히 고통스러울 텐데, 어제보다 나은 나를 위해 지금을 단련한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긍정적인 하루를 나에게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의 무뎌짐을 지불하고 나는 분명히 성장했고 그 과정들이 좋은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흔들리면서 나아가는 것이 더 단단하다고 할 순 없어도 더 '튼튼'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생각과 글이 버티기 위해 나를 합리화시키는 과정일지라도.. ㅎ 그만큼 소중하다는 거겠지? 그리고 나는 강한 동기 없이는 버틸 줄 모르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