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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빵집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by 고운 Aug 08. 2017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빵이 좋아서 떠난 서울 빵지순례 <태극당> 편

프롤로그


"서울에 있는 빵집 50군데를 매주 한 곳씩 다녀보는 게 어때?"

"…그래! 그럼 시작을 어디로?"

"서울에서 제일 오래된 빵집부터 가봐."



그렇게 빵지순례는 시작됐다. 본인 포함 세 명이 모여서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 덕분이다.



/아, 프로젝트가 뭐냐 하면

각자 직장에서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일해온 청년 세 명이 "회사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내 것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뜻을 모아 시작하게 된 '홀로서기 프로젝트'다. 한 사람은 사진을, 한 사람은 그림을, 그리고 나는 평소 좋아하는 빵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다. 모두 좋아하는 일로 업을 삼아보겠다는, 소위 '덕업일치'를 목표로 한다.


/본인의 얘기로 돌아가서,

맛있는 빵을 먹기 위해 기꺼이 끼니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본인은 자타공인 ‘빵순이’다. 지금은 애교 수준의 빵순이가 점차 빵믈리에로, 나아가 푸드 콘텐츠 전문가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프로젝트가 끝난 1년 뒤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서울에서 가장 오래 된 빵집


서울에서 가장 오래 된 빵집은 '태극당'이라고 한다. @장충동, 서울





    /직접 가본 태극당은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옛 정서를 그대로 담아 진열된 태극당의 빵들/


#1 Past

태극당은 서울, 우리나라의 시간을 담고 있다.


태극당이 문을 연 시점 전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제과제빵의 시작과 제과점 사업의 태동을 엿볼 수 있다.
태극당 홍보영상 'Since 1946 세월의 빵집' 중에서


1910년 한일합병 이후 우리나라에는 일본 제분공장과 함께 일본인이 운영하는 빵집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 ‘-제과’ 등의 일본식 상호명을 가진 빵집들이 대부분 이 때 생겼다고 한다.

 

해방 직후, 일본인이 운영하던 빵집을 인수한 우리나라의 토종 빵집들이 생겨났다. 태극당도 그 중 하나다. 1946년 ’미도리야 과자점’을 인수했다.


그런데, 태극당이 문을 연 그 1년 전 1945년에는 ‘고려당’과 ‘뉴욕제과’가 문을 열며 우리나라 제빵시장의 양대산맥을 이루었다. 현 SPC의 전신인 ‘상미당’도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열었다. 그런데 왜 태극당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일까? 아마도 그 때 오픈한 가게를 지금까지 운영해 온 곳은 태극당밖에 없기 때문인 듯하다. (태극당에서도 이 부분을 소비자에게 꾸준히 강조하면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명동에서 처음 문을 연 태극당은 1970년대 지금의 장충동 건물로 위치를 옮긴 뒤, 40여 년 동안 꾸준하게 영업을 해오고 있다. (고려당, 뉴욕제과는 본래 영업점은 문을 닫고 사실상 브랜드로서 존재하고 있으며, SPC는 모두 알다시피 굴지의(?) 요식업을 꾸려가고 있는 대기업이다.)


2015년 건물 리모델링을 하기는 했지만, 태극당 창업 초기부터 상징처럼 있었던 샹들리에와 금붕어 어항, 태극당의 농장이 그려진 벽화 등은 모두 그대로다.




#2 Past-Present

전병, 월병, 모나카 아이스크림

고방카스테라, 야채 사라다빵, 버터케이크


태극당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것은 '한결같은 맛'이다.


태극당의 인기 메뉴는 이 정도로 꼽을 수 있다. 특히 해당 메뉴들은 지금까지도 태극당의 옛날 그 맛을 그대로 내기로 유명하다. 어떻게 40년이 넘도록 그 때 그 맛을 그대로 유지할까.


답은 ‘사람’에 있다. 창업 초기의 제빵 장인들이 지금까지도 일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본식 과자 ‘센베’를 뜻하는 전병은 태극당에서 가장 먼저 일하게 된 제빵사가 만들 수 있는 과자 종류였다. 지금도 태극당의 전병은 그 때 그 방식 그대로 일일이 한 장씩 불에 굽는다고 한다. ‘만쥬’로 알려진 월병(달빵)도 마찬가지다.


손수 케익, 전병을 만드는 장인들의 모습

(출처: 태극당)


                  월병(달빵) 눈으로 먹기(...)


하이라이트는 ‘모나카 아이스크림’이다. 해방 이후만 해도 설탕물에 인공 향료, 인공 색소로 맛을 낸 ‘하드’가 아이스크림의 메인 씬을 장악하고 있었는데(그마저도 고급 간식이었던), 태극당이 운영하는 목장에서 직접 짠 원유로 만든 우유 아이스크림을 일일이 불에 구워 만든 찹쌀 과자피로 감싼 고급 아이스크림이 등장한 것. 지금도 태극당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찾는 어르신들이 많은 이유도 그 맛의 추억이 최고의 기억 중 하나로 남아있기 때문 아닐까. 물론 그런 추억이 없어도 깔끔하고 고소한 것이 참 맛있다.


 (모나카 아이스크림의 빵에서는 잘 구운 계란빵 맛이 난다!)


이외에도 포슬포슬해서 우유랑 먹으면 사르르 녹는 고방 카스테라, 묵직한 옛날식 사라다가 두 주먹은 족히 들어간 듯한 야채 사라다빵, 그리고 '응답하라1988'에서 덕선이와 정봉이가 '누가 더 한 입에 많이 먹나' 대결을 펼치기도 했던  버터케이크가 메인 메뉴로 손꼽힌다.




#3 Present&...


옛 정서와 맛을 이어온 태극당. 흉내낸 '복고풍'이 아니라 진짜 전통을 유지해온 '레트로'이기에 젊은이들에게도 사랑 받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국내 베이커리 시장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고, 그만큼 특색 있는 동네 빵집들도 늘어나다 보니 태극당 빵은 우리네 입맛에 다소 투박하고 멋 없게 느껴질 수 있다. (세련된 버터의 풍미, 잘 발효된 빵의 고소함 등은 옛날 빵맛과 거리가 멀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지금까지 어떤 메뉴 하나도 그리고 어떤 사람 한 명도 가볍게 여기지 않았던** 그 마음으로 전통을 이어나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극당의 제과제빵 장인들의 근속년수는 40~50여 년이라고 한다.



그리고 태극당의 위생 문제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글을 덧붙인다. 태극당과 관련된 사전 자료들을 조사하면서 태극당의 위생 문제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뉴스 보도를 통해서는 1990년대에 한 번, 그리고 수년 전 한 번 더 제기된 바 있다. 두 번째 위생 문제가 제기된 이후 태극당 측은 해당 건물을 70여 년 만에 개보수 공사해 2015년 재오픈했다고 한다. 1층 주방과 창고 부분을 없앤 뒤 카페 공간으로 개방했고, 제품 공장이 위치했던 2, 3층을 재정비 중이란다. 내부에 위치했던 빵 공장이 어디로 이전했는지 알 수 없지만 두 번이나 위생 문제를 지적받은 만큼, 본질에 충실해야 하는 시점으로 보인다. 먹거리를 두고 소비자들과의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태극당의 내일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될테니 말이다.




[출처]

'태극당' 공식 홈페이지

http://www.taegeukdang.com

<빵의 역습>, 주간동아

http://weekly.donga.com/List/3/all/11/90603/1

<3대째 운영하는 서울 최고 빵집 '태극당' 11일 리뉴얼 오픈>, 매일경제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1147271

<태극당이 처음인가요? '사라다빵' 한 입 드세요>,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9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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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스타트업으로 간 서른 살 마케터. 
“단단하게 먹고, 단단하게 살자”가 모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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