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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꼬꼬 Oct 27. 2024

내가 행복을 구매하는 방법 (상)

행복, 그거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구!



비 내리는 늦은 오후, 사람 가득한 2호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어깨에는 핸드백, 다른 팔에는 노트북 가방과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생각보다 자리는 나지 않았다.

선 채로 십분쯤 방황했을까? 옆줄로, 한 번 더 옆줄로, 이번에는 맞은편 줄로.

그러다 조금은 덜 번잡한 좌석 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고 고개를 늘어뜨렸다가도,

짐짝들을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과 함께 미어캣이라도 된 양 '누가 누가 일어나려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머리가 하얗게 센 어르신께서 내 옆 사람들이 아닌 내 눈을 보시며

"내가 이다음 역에 내릴 건데, 여기 앉겠어요?"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순간 조금은 궁금했다. '왜 나에게 물어보시지? 그리고 할머니 당신도 힘드실 텐데...'

그 말씀을 하시고는 조금 더 앉아 계시다 내릴 때 비켜주실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자마자 할머니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주셨다.

"여기 앉아요."


염치도 없이 할머니가 앉아 계시던 자리에 스르륵 이끌리듯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이게... 이 모양새가... 맞는 건가? 근데 이상하게도 앉고 싶네...'

손잡이를 잡고 서 계신 할머니를 차마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떨군 내 눈에는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사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 낯빛이 꽤나 우울했을 것이다.

함께 공부하는 도반과 쓰기로 약속한 글을 쓰러 가던 길이었다.

과거의 힘들었던 시간들에 대해서 마음을 정리하는 글을 써내기로 했고 글을 구상하고자 잊고 싶던 기억들을 일부러 떠올리려니 자칫 길을 걷다가도 울음이 날 것만 같았다.

그런 내 표정을 읽은 것인지, 나와 일면식도 없던 생판 남인 할머니가

당신보다 한참 젊은 청년에게, 통 납득이 어려운 배려를 해주신 것에 얼마나 감사한 마음이 크게 들었는지.

'세상엔 아직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할머니가 내 표정을 읽으신 건지도 모르겠다. 염치없지만 이 감사한 마음을 간직해야겠다.'

다음 정거장에 도착해 할머니가 내리시려고 발걸음을 떼실 때까지

할머니의 발을 주시하고 있다가, 그녀가 고개를 돌려 문으로 향할 때에

"안녕히가세요 - " 하고 인사를 드렸고 할머니께서도 인사를 받아주셨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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