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세와 예측은 의미가 있을까

by Y One

세월을 돌아보면 흥미로운 패턴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어떤 흐름에 대해 "완성되었다", "이건 불변의 추세다", 혹은 "이제 미래는 이렇게 흘러갈 것이다"라고 확신을 가질 때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흐름의 정점이거나 변곡점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몇 가지 있다.



1.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과 9.11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을 통해 자유민주주의가 인류 정치 발전의 종착지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9년 뒤,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다.
그 이후로 우리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퇴행, 이슬람 근본주의의 확산, 신권위주의 체제의 부상 등을 경험하게 된다.

2.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11년, 스티븐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통해 인류가 점점 평화로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10여 년 뒤인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유럽 대륙에서의 전면전이 현실이 되었다.
'인류는 점점 평화로워진다'는 주장이 활자화되었을 때, 오히려 역사의 반격은 준비되고 있었던 셈이다.


추세는 인식되는 순간 끝나기 시작한다

이런 사례는 단순한 우연의 반복이 아니다.
투자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기술주의 시대’라는 말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할 때가, 기술주 버블이 꺼지기 직전일 때다.

이처럼 어떤 흐름이 널리 인식되고, 언어로 정리되고, 모두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때, 그 흐름은 구조적으로 취약해져 있다.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순간, 그것은 이미 본래의 생명력을 잃기 시작한 것이다.

반대로, 정리되지 않은 흐름은 계속 간다

아직 누구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흐름들은 여전히 우리를 관통하고 있다.
AI의 발전, 기후 변화, 인구 감소와 같은 거대 추세는 언급은 많지만 아직 ‘완성되었다’는 담론으로 수렴되지는 않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추세는 오히려 더 멀리 갈 수 있다.

‘우리가 어떤 흐름을 체계화하고 설명하려는 순간, 그 흐름은 끝나간다.’
이건 인간 사고의 한계이자, 집단지성의 착각이기도 하다.

예측은 거의 틀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예측 없이 살 순 없다

결국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는다면, 세상의 흐름에 수동적으로 휘둘릴 뿐이다.

결국 필요한 건 민감한 회의주의
어떤 담론이 유행할 때, 그 담론이 정말 지속 가능한 흐름인지, 아니면 이미 늦은 요약인지를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는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