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해외 여행을 즐기는 법

by Y One

https://youtu.be/gDmH7KcXh-4?si=iC3lMAI-SZCE7T9U


좋아하는 조승연의 탐구생활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인천공항이 매일 북적이면서도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생산적이지 않고 소비적이고 과시적이라는 비판들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인스타용이나 플렉스용 여행이라면 안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조승연씨의 입장은 이렇다. 우리나라는 뭐든지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관념이 자리잡고 있어서, 여행마저 그래야 하고 그러지 않다면 좋지 않다고 비판하는 시선이 생겨나지 않을까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여행마저 생산적이어야 할까? 그건 이론의 여지가 있고, 해외여행이든 국내여행이든 존중할 가치가 있다고 한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는데, 내 개인적인 경험을 비춰봤을 때도 두 가지 여행이 모두 섞여있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힐링 위주다 보니 예쁜 사진을 몇 장 찍었을지언정, 거기서 무언가를 채우거나 내가 더 생산적이 되었다는 느낌은 없다. 그렇다고 단지 의미 없는 낭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마음을 비우는 것도 좋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많은 것을 채운 여행도 있다.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가 마음속에 각인되고, 사진들 이상의 무언가를 가득 채운 여행도 있었다. 그리고 두 여행 모두 나에게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사람들과 얘기할 때 자신을 채운 여행 이야기를 듣기는 힘든 듯하다. '어디 어디 다녀왔는데 좋더라~'라는 식으로, 어떤 여행지 방문 자체를 목적으로 할 뿐 거기서 어떤,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를 얘기하는 건 드물다. 결국 다 비슷비슷한 여행지에서 비슷한 것을 했기 때문에 마치 무엇을 했는지는 얘기할 필요가 없고, '나도 이제 거기 갔다!' 정도로만 알려주는 식이다.

그래서 내 경우를 써본다. 더 좋은 여행인지는 장담하지 못해도, 남들과 나눌 수 있는 색다른 여행을 하는 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1. 구글맵에 한글 리뷰가 없는 여행지를 가보자

구글은 친절하게 한국사람이 쓴 리뷰를 구글맵 리뷰 내 가장 먼저 보여준다. 이런 곳은 사전 정보가 넘칠지 몰라도 인스타그램 어디선가 본 여행지라 기시감마저 든다. 그렇다면 한글 리뷰가 없는 곳을 찾아 가보면 어떨까? 현지인 리뷰는 많은데 외국인 리뷰가 별로 없다면 그곳은 현지인 관광맛집일 가능성이 높다.

내 경우에는 시코쿠 지역의 오보케 협곡 주변이 그랬다. 풍경은 정말 좋은데 한적해서 맑은 물과 그 흐르는 소리를 끊임없이 즐길 수 있었다. 관광객이 없는 만큼 교통 수단이나 여타 다른 인프라가 좀 불편할 순 있다. 그런데 가기 편한 곳에만 가려면 어떻게 색다른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 2. 혼자 가보자

위 내용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혼자 가야 낯선 곳에 도전했을 때 실패하더라도 욕먹을 두려움이 없어진다. 너무 궁금해서 고집해서 갔는데 막상 별로라면? 동행자에게 미안함이 있을 수 있고, 다툼 등으로 감정적인 소모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혼자 여행할 때 위와 같이 도전해 볼 수 있다.

또 하나 장점으로는 현지인과 교류할 기회가 더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무리를 지어 다니면 호기심 많은 현지 사람이라도 말 걸기가 힘든데, 혼자라면 더 용기를 내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사람과 어울리는 건 어쩌면 여행에서 가장 클라이맥스가 되는 부분일 수 있다. 박물관에 가서 역사를 배우고, 월스트리트에 가서 다이나믹한 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지인과 사귀게 되면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정치, 사회 등 모든 것을 오롯이 한 몸에 품고 있는 걸어다니는 관광지(?)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 현지인의 생각 등을 알게 된다는 것은 내 시각, 관념에 새로운 색깔을 물들게 하는 영광스러운 기회다. 옷의 이염은 안 좋지만, 생각의 이염은 여행의 백미이며 나를 채우는 여행의 핵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멋진 사진을 찍은 곳은 또 가고 싶지 않다. 다시 가도 똑같은 사진을 찍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을 사귄 곳은 또 가고 싶다. 소중한 추억과 그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 생각의 흔적 역시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 3. 그렇다면 어떤 현지인과 어울리는 게 좋을까?

나는 50대 이상 꼰대를 추천한다. 같은 나이대를 만나서(당신이 젊다면) 재밌게 춤추고 놀 수도 있지만, 나는 40대 후반이나 50대 이상 꼰대를 좋아한다. 한국의 꼰대들도 마찬가지지만 이들은 세상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그걸 또 가르치길 좋아해서 계속 듣다 보면 여행 온 나라가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가 정말 좋다.

그게 편향된 생각일지언정, 그 편견마저 사회문화의 한 요소라 생각한다면 그조차도 새로운 관점이나 지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빌바오 여행 시절 한 늙은 경제학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빌바오가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와 무엇에 자부심을 느끼는지 알려주었는데 굉장히 유익했다. 만약 그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빌바오는 구겐하임 박물관 사진 찍고 끝나지 않았을까?

구겐하임도 멋지지만
빌바오와 바스크사람들의 역동성을 아는 것도 존잼이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만났을까? 나는 카우치서핑을 당시에 이용했지만, 지금도 괜찮은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라면 현지인이 프리랜서식으로 하는 1:1 안내라도 추천한다.

## 4. 자기만의 컨셉을 가지고 어떤 곳을 꼭 방문하거나 활동해 본다

나는 서점과 동네 사람들이 다니는 마트를 나라마다 꼭 가본다. 마트에서는 현지인들이 주로 무엇을 먹는지를 알 수 있고, 서점에서는 사회 트렌드나 지식인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어서 좋다.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니 나만의 데이터가 만들어졌고, 세상을 파악하는 나만의 방식이 만들어졌다.

뉴질렌드 한 서점에서 찍은 마우이족에 전설에 관한 책


나는 서점이었지만 그게 꼭 방문하고 구경하는 행위가 아니어도 된다. 그 나라 술을 꼭 마셔보거나 낚시를 해보거나 전통인형을 모아보거나 그 지방 요리를 만드는 것 등 어떤 것도 된다. 자기가 한국에서 관심 있었던 것들이라면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똑같이 경험해보자. 그럼 남과 다른 자기만의 여행 스토리들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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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거나 추천한 방식들이 결코 대단한 건 아니다. 어려운 것도 아니고 서점을 방문했다고 자랑할 만하지도 않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 제목을 응용해 말한다면, 여행의 국룰 밖으로 행군해 보는 것뿐이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그냥 남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를 이방인처럼 타자화해버리고 공격했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마저 이방인으로 만드는 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우리는 이방인이 맞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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