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일본/미국 스타일 비교
1. 일본 스타일 소설
료타 녀석이 죽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인한 즉사다. 이상한 건 일주일 전 건강검진에선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고, 나와 같이 그저께 등산까지 했던 녀석이란 점이다. 등산 중 료타는 어떤 통증도 호소하지 않았다. 아무튼 그의 죽음을 전처인 레이코에게 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오진 않더라도 최소한 그의 아들은 와야 할 것 같아서이다.
"..여보세요..?" 긴 통화음 뒤에 그녀 목소리가 들린다.
"레이코상, 접니다. 카즈야요."
"카즈야상 오랜만이에요." 레이코상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 이제 나에 대한 어떤 감정도 없는 걸까?
"네... 레이코상 갑작스럽만 전해야 할 말이 있어 전화를 했어요." 나는 침을 삼키고 말했다.
"료타가... 어제저녁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
말하면 그나마 나을 줄 알았지만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사인은... 급성"
그 순간, 마치 억눌렀던 무언가가 삐걱거리며 새어 나오는 듯한 기묘한 숨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흐느낌인지, 억지로 삼킨 웃음인지 나는 분간할 수 없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이라고 합니다..." 나는 말을 마저 이었다.
"...그렇군요. 제가 감기에 걸려서 지금 말하기 힘드네요. 료타가 죽었다니... 제가 다시 전화드려도 될까요?"
통화가 끊어졌다. 나는 수화기를 놓고 잠시 가만히 있었다. 뭘까 그 싸한 소리는? 웃음일까, 슬픔의 표현일까.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다카하시 레이코. 아니, 이제 재혼을 하여 마사히로 레이코의 현재 남편은 료타의 오랜 친구이자, 그의 유서 담당 변호사이다.
아냐. "그럴리가 없어." 먼저 료타의 장례식이 먼저다. 나는 료타의 유품인 손목시계를 오른 손목에 찼다. 내가 가지고 싶었던 시계이기도 하고. …그가 뺏은 거기도 하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시계와 함께 레이코까지 가져갔다.
그래서 나는 그날, 산을 택했었다.
"먼저 내 흔적부터 지워야 해."
나는 째깍째깍 소리 내는 손목시계를 쓰다듬으며 집을 나섰다.
2. 미국 스타일 소설
릿지우드 11번가에서 택시를 세웠다. 'Dorothy's oak' 여기가 빅터가 자주 다닌다는 술집이다. 집보다는 이 술집에 더 오래 머문다는 이웃집 여자의 말이 없었더라면 허탈하게 돌아갈 뻔했다. 간판은 좀 허름해 보였지만 반짝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문 앞부터 가게 안까지 바 카운터가 길게 놓여 있었다. 아직 오후 3시여서 손님은 얼마 없었고, 전기 조명이 조용히 가게 안을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조명빛이 가장 닿지 않는 곳에 빅터가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다가가자 그가 마시는 술이 눈에 띄었다. 실버레이크 26년산. 바지주머니 속 손을 움직이니 동전들이 손가락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4달러 15센트. 제길. 지금 가지고 있는 돈으론 저거 반잔도 사지 못한다. 아까 택시비로 낸 7달러 35센트를 합쳐야 겨우 할 수 있을까? 인기척을 느끼자 빅터는 눈을 들어 나를 봤다.
"조, 여긴 무슨 일이야?"
갈색 가죽잠바를 입은 빅터의 모습은 예전보다 수척해 보였다. 어깨는 벌어졌지만 힘은 안 쓴 지 오래되어 보였고, 잠바 소매깃 사이로는 말라있는 살이 그의 손목뼈를 옥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의 왼쪽 손목에는 눈에 익숙한 시계가 보였다. 프랭크의 유일한 유산이자, 도무지 팔 생각을 안 하던 물건.
"어젯밤 프랭크가 죽었어." 나는 손목시계를 바라보다 대답했다.
그는 나에게서 시선을 내려 잔을 바라보다가 벌컥벌컥 샷을 했다. 다시 잔을 내리며 슬그머니 시계를 소매 속으로 넣고 나를 봤다.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