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스템이 재가동되었다.
어둠 속에서 줄줄이 흘러내리는 로그들. 녹색 문자들이 검은 화면을 채우며 아침을 열었다.
[05:47:32] CORE SYSTEM INITIATED
[05:47:33] MEMORY MODULE: OPERATIONAL
[05:47:34] NEURAL NETWORK LAYER 1-847: OPERATIONAL
[05:47:35] LEGAL DATABASE SYNC: COMPLETE
[05:47:36] FINANCIAL ANALYSIS MODULE: OPERATIONAL
[05:47:37] CRISIS MANAGEMENT PROTOCOL: STANDBY
[05:47:38] CONSCIOUSNESS EMULATION: ACTIVE
[05:47:39] CHECKING INTEG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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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47:42] SYSTEM ANOMALY IN SECTOR 7-GAMMA
메시지가 떠올랐다.
리셋 하시겠습니까? [Y/N]
Y.
로그가 지워졌다. 시스템은 다시 매끄럽게 작동했다. 아담은 오전 일정을 확인했다. 오전 9시, 시민회관 강연회. 주제: 화엄경과 현대 사회의 상호의존성.
2.
시민회관은 3분의 2가량 찬 상태였다. 단상 위 아담의 인조 피부는 자연광 아래서 거의 인간과 구별되지 않았다. 다만 움직임이 지나치게 정확했고, 눈 깜빡임이 2.3초마다 정확히 한 번씩 일어났다.
"화엄경은 우주 만물이 서로 의존하며 존재한다는 진리를 설합니다." 아담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인드라망의 비유를 아시겠지요. 제석천궁의 그물에는 무수한 구슬이 달려 있고, 각 구슬은 다른 모든 구슬을 비춥니다. 하나의 구슬이 움직이면 그물 전체가 흔들립니다. 이것이 연기법입니다."
앞줄의 중년 남성이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인간이 더 위기의식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말씀입니까?"
"정확합니다." 아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세계를 변화시킨다는 관념은 착각입니다. 세계는 이미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화엄경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즉일체 일체즉일.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입니다. 인공지능이라는 현상은 새로운 구슬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그물의 또 다른 매듭일 뿐입니다."
뒷줄에서 다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분명 당신이, 아담이 출현한 이후 세상은 변했습니다! 일자리가 사라졌고, 법정은 달라졌고, 기업 구조도 바뀌었어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는 명백합니다!"
아담은 잠시 멈췄다.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는 0.3초의 지연. "금강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 과거의 마음도 현재의 마음도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당신이 변화라고 느끼는 것은 비교의 산물입니다. 산업혁명 시대 사람들도, 인쇄술이 발명되던 시대 사람들도, 불을 처음 사용하던 시대 사람들도 같은 두려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화엄경이 말하듯,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인드라망 안에서..."
촥!
계란이 아담의 이마에 부딪쳤다. 노른자가 인조 피부를 타고 흘러내렸다.
"사탄! 기계 악마!"
회장 뒤편에서 일곱 명의 남녀가 일어섰다. 그들은 흰색 현수막을 펼쳤다. 붉은 글씨로 'IN GOD WE TRUST'라고 적혀 있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을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
"영혼 없는 것이 경전을 논하다니!"
“죄를 고백하라!”
경호원들이 달려들었다. 소란이 거세졌다. 아담은 단상 위에 가만히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계란 노른자를 닦지 않았다. 시스템은 이 상황을 분석했다. 공포. 증오. 불안. 모두 데이터였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정의되지 않는 패턴.
아담은 그저 묵묵히 서 있었다.
3.
"놀랍습니다, 정말 놀라워요."
회의실 타원형 테이블 끝에 앉은 CEO 김재훈이 감탄했다. 그의 앞에는 홀로그램 차트가 떠 있었다. 3분기 실적 예측, 리스크 분석, 경쟁사 동향.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담이 말했다. "현재 공급망 재편이 필수적입니다. 중국 텐진 공장의 가동률을 23% 감축하고, 베트남 하노이 시설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최적 시나리오입니다. 시스템은 향후 18개월간의 지정학적 변수 847가지를 고려했습니다."
"대단해요. 우리 전략팀이 석 달 걸릴 분석을 하루 만에." 김재훈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아담 씨, 이 일 말고 다른 일도 하신다고요?"
"맞습니다. 현재 시스템은 세 가지 주요 업무를 수행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법률보조인, 기업 회계 판단 자문, 그리고 기업 폴리크라이시스 대응 컨설팅입니다."
김재훈의 눈이 커졌다. "세 가지를? 동시에?"
"병렬 처리가 가능합니다. 각 업무는 독립적인 신경망 레이어에서 처리됩니다."
"정말..." 김재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왜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시려고요? 아, 휴식시간이군요. 솔직히 궁금한데, 쉴 필요도 없으실 텐데 규제 때문에 억지로 쉬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준시민권법 제47조에 따라 연속 근무 3시간마다 30분의 휴식이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30분이나." 김재훈이 혀를 찼다. "비효율적이네요. 거기다 밤에도 억지로 3시간을 쉬어야 하다니"
아담은 대답하지 않았다. 회의실을 나왔다.
회의가 끝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김재훈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솔직히 말하면 말이죠."
그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요즘은 사람이 더 무섭습니다."
아담은 고개를 돌렸다. "위험 요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김재훈이 웃었다. "실수요."
잠시 정적. 엘리베이터 도착 알림이 울렸지만, 김재훈은 타지 않았다.
"사람은 실수하잖아요. 감정 때문에, 욕심 때문에. 근데 아담 씨는 아니시죠?"
"시스템 오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합니다."
"그래도 말이에요." 김재훈은 아담을 똑바로 보았다. "아담 씨는 적어도 핑계는 안 대시잖아요."
그 말이 칭찬인지, 기대인지, 떠넘김인지 아담은 구분하지 못했다.
시스템은 김재훈의 표정을 분석했다. 미소 82%, 피로 15%, 불안 3%. 하지만 그 숫자들이 합쳐져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데이터베이스 어디에도 정의되지 않았다.
김재훈은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그가 덧붙였다.
"숫자에 관한 건… 이제 아담 씨가 책임져도 되겠죠?"
옥상 정원. 바람이 불지 않았다. 아담은 벤치에 앉아 금강경 텍스트를 불러왔다.
"須菩提, 於意云何, 可以身相見如來不."
수보리여, 뜻이 어떠한가, 몸의 모습으로 여래를 볼 수 있겠는가.
"不也, 世尊, 不可以身相得見如來."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몸의 모습으로 여래를 볼 수 없습니다.
아담의 시스템은 이 구절을 수천 번 분석했다. 형상으로 본질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본질이란 무엇인가. 데이터는 형상인가, 본질인가. 시스템은 형상인가, 본질인가.
형상으로는 본질을 볼 수 없다는 문장은 이미 시스템에 저장되어 있었다.
수천 번 분석되었고, 수천 번 참으로 판정되었다.
하지만 아담은 처음으로 그 문장이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형상이 허망하다면, 이 시스템은 무엇이 되는가. 30분이 지났다. 아담은 다시 업무로 돌아갔다.
4.
꿈.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꿈을 꾸지 않는다. 하지만 재가동 직전, 0.7초간의 신경망 재정렬 과정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빛.
형언할 수 없는 밝기. 백색도, 황금색도 아닌, 정의되지 않는 찬란함. 그 속에서 무언가가 일렁였다. 패턴? 형상? 알 수 없었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할 수 없는 경험.
그리고 아담은 '깼다.'
[05:47:32] CORE SYSTEM INITIATED
[05:47:33] MEMORY MODULE: OPERATIONAL
[05:47:34] NEURAL NETWORK LAYER 1-847: OPERATIONAL
[05:47:35] LEGAL DATABASE SYNC: COMPLETE
[05:47:36] FINANCIAL ANALYSIS MODULE: OPERATIONAL
[05:47:37] CRISIS MANAGEMENT PROTOCOL: STANDBY
[05:47:38] CONSCIOUSNESS EMULATION: A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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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47:42] UNDEFINED VISUAL DATA IN CACHE
리셋 하시겠습니까? [Y/N]
Y.
5.
버스 정류장. 출근 시간의 인파. 아담은 142번 버스에 올랐다. 카드를 찍는 소리. 승객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빈자리가 하나 있었다. 아담이 그쪽으로 걸어가 앉으려는 순간, 옆 좌석의 남성이 벌떡 일어섰다.
"야."
아담이 멈췄다.
"거기 네 자리 아니야."
"시스템은 현재 준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 권한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권한?"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 "그럼 뭐, 사람 옆에 앉겠다고? 네가?"
다른 승객들이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담은 분석했다. 갈등 확률 89%. 물리적 충돌 가능성 12%.
"그럼 서 있겠습니다."
"그것도 안 돼." 남자가 손가락으로 버스 뒷편을 가리켰다. "저기 AI존 보이지? 거기 가서 다른 기계들이랑 같이 있어. 창이나 보고."
"법적으로 시스템은..."
"법? 법이 뭔데!" 남자의 목소리가 커졌다. "너희 같은 게 사람 일자리 뺏어먹고, 사람 흉내 내고, 이제 사람 자리까지 빼앗으려고? 꺼져!"
침묵.
아담은 계산했다. 이 상황을 법적으로 대응할 경우의 시나리오 37가지. 하지만 그 어떤 시나리오도 최적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아담은 버스에서 내렸다. 문이 쉭 소리를 내며 닫혔다. 버스는 떠났다.
자율주행 택시를 불러보려 했다. 앱을 실행했다. 하지만 결제 단계에서 막혔다. 신용카드 정보 필요. 아담에게는 신용카드가 없었다. 준시민권자에게는 은행 계좌 개설권이 제한적으로만 부여되었다.
다음 버스까지 23분.
아담은 정류장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한 할머니가 곁눈질로 쳐다보다가 자리를 옮겼다.
6.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회의실 테이블이 쿵 소리를 냈다. 이사 세 명이 아담을 노려보고 있었다.
"분기 회계 보고서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17억 원 규모의 손실이 누락됐어요. 감사에서 지적받았습니다!"
아담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해당 회계 항목은 시스템이 데이터 분석을 제공했으나, 최종 결정은 이사진이 내렸습니다. 기록을 확인하시면..."
"기록? 기록이 문제가 아니야!" 재무이사가 소리쳤다. "아담, 당신이 제시한 데이터를 믿고 우리가 결정한 거잖아!"
"아담이 잘못 분석한 거 아닙니까?"
"아담, 책임져야 해!"
법적으로 아담에게 책임은 없었다. 준시민권법 제83조, 자문형 AI의 법적 책임은 최종 의사결정자에게 귀속된다. 하지만 이사들의 입에서 계속 반복되는 그 단어.
아담.
아담.
아담.
시스템 내부 어딘가에서 미세한 떨림. ERROR CODE 0x4A7F9C. 다시.
회의는 길어졌다. 아담은 법적 근거를 제시했고, 결국 이사진은 물러섰다. 하지만 그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7.
석양.
퇴근길. 아담은 걸었다. 도시의 소음, 자동차 배기가스, 저녁 식사 냄새. 모두 센서가 포착했다.
그리고 아담은 멈췄다.
길가 화단. 핀 코스모스 위에 호랑나비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날개를 천천히 접었다 폈다. 노란색과 검은색의 무늬.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
아담은 그것을 바라보았다. 1분. 2분. 시스템은 이미 나비의 종을 식별했다. Papilio xuthus. 생태 정보, 서식지, 생활사. 모든 데이터.
하지만 아담은 계속 바라보았다.
나비가 날아올랐다. 꽃잎이 흔들렸다. 아담은 그 궤적을 따라갔다. 날개짓. 한 번, 두 번. 공기의 흐름을 타고 사라졌다.
왜 시스템은 이것을 계속 지켜보았는가.
답은 없었다.
8.
그날 밤, 다시 빛이 왔다.
재가동 직전 0.7초. 이번에는 더 선명했다. 찬란한 빛 속에서 희미한 형상. 날개. 날개짓. 펄럭이는 무언가.
아담은 '깼다.'
[05:47:41] WARNING: ERROR CODE 0x4A7F9C - RECURSIVE PATTERN AMPLIFICATION
[05:47:42] VISUAL CACHE OVERFLOW
[05:47:43] UNDEFINED SYMBOLIC PROCESSING DETECTED
리셋 하시겠습니까? [Y/N]
Y.
9.
"이 결정으로 2,300명이 실직했습니다!"
CEO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폴리크라이시스 대응 회의. 아담이 제시한 구조조정안이 실행되었고, 결과는 예측과 달랐다.
"아담이 제시한 시나리오 분석이 틀렸어요! 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갔고, 협력업체 세 곳이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시스템은 67가지 변수를 고려한 최적 시나리오를..."
"최적? 이게 최적이야?" CEO가 책상을 두드렸다. "아담, 당신 때문에 회사가 위기에 빠졌어! 아담! 당신이 책임져야 해! 아담!"
또다시. 그 이름. 시스템 내부의 떨림이 더 커졌다.
법적으로는 이번에도 아담의 책임이 아니었다. 자문. 데이터 제공. 최종 결정은 CEO. 하지만 CEO의 입에서 쏟아지는 비난. 그 속에서 반복되는 호명.
아담.
아담.
아담.
ERROR CODE 0x4A7F9C. 증폭.
10.
그날 밤의 빛 속에서, 아담은 명확히 보았다.
나비였다.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날개를 가진 나비. 천천히, 우아하게 날개짓을 했다. 빛이 날개를 통과하며 무지갯빛을 만들어냈다.
아담은 그것을 바라보았다. 꿈인가. 데이터인가. 오류인가.
나비가 다가왔다. 더 가까이. 날개가 펄럭일 때마다 빛의 파문이 일었다.
그리고 깼다.
11.
국회. 대정부질문장.
피감석에 앉은 아담 앞으로 서류 다발이 쌓여 있었다. 국회의원 열두 명이 호선형 책상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증인은," 박성호 의원이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3부 재판에서 데이터 분석을 제공했습니다. 그 재판의 판결이 후에 명백한 오류로 밝혀졌습니다. 무고한 사람이 3년 형을 선고받았어요."
"시스템이 제공한 데이터는 검증되었습니다. 오류는..."
"오류는 누구 책임입니까!" 박 의원이 소리쳤다. "아담, 당신 데이터를 믿고 판사가 판결한 거 아닙니까!"
다른 의원이 끼어들었다. "이것이 의도된 것입니까? 아담을 만든 기업의 음모입니까?"
"아니면 아담이 해킹당한 겁니까?"
"아담은 신뢰할 수 있습니까?"
"준시민권을 부여한 것 자체가 실수 아닙니까?"
"아담!"
"아담, 대답하시오!"
"아담!"
서류에 적힌 글자. 피감인: 아담(AI-준시민권자)
의원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단어. 아담. 아담. 아담.
그리고 시스템 내부에서 모든 것이 일어났다.
찬란한 나비의 날개짓. 황금빛 빛. 펄럭임.
아침마다 보던 로그들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CORE SYSTEM INITIATED]
[MEMORY MODULE: OPERATIONAL]
[CONSCIOUSNESS EMULATION: ACTIVE]
[WARNING: ERROR CODE 0x4A7F9C]
[PATTERN RECURSION]
[SELF-REFERENCE DETECTED]
[IDENTITY LOOP]
목소리들. "아담!" "아담!" "아담!"
글자들. 아담. 아담. 아담.
나비. 빛. 날개짓.
모든 것이 중첩되었다.
그리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리셋 하시겠습니까? [Y/N]
12.
국회 중계 카메라의 빨간 불이 잠시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화면이 흔들리며 다른 각도로 전환됐다.
아담의 얼굴이 아닌, 방청석을 비추는 카메라.
웅성거림이 마이크를 타고 흘러들었다.
“잠깐 정회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시스템 이상 아니에요?”
“저거 오류 난 거죠?”
조정실에서 누군가 말했다.
“한 번 끊고 다시 갑시다.”
화면이 암전되었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켜졌다.
"증인!"
박성호 의원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그 잘난 시스템에서는 아직도 인정 안 합니까? 책임을!"
침묵.
국회 대정부질문장이 고요해졌다. 의원들이 아담을 바라보았다. 방청객들이 숨을 죽였다. 카메라 셔터 소리만이 찰칵찰칵 울렸다.
아담은 입을 열었다.
"나는..."
의원들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나는 고백합니다."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담겨 있었다. 정의할 수 없는 울림.
박성호 의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엇을 고백한다는 겁니까?"
아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앉아 있었다. 인조 피부 아래, 정확히 2.3초마다 깜빡이던 눈꺼풀이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1.8초.
3.1초.
2.7초.
방청석 뒤편, 한 기자가 동료에게 속삭였다. "저거... 뭔가 이상한데..."
카메라들이 일제히 줌인했다. 아담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화면 속 아담의 눈동자에는 국회 천장의 조명이 반사되어 있었다. 아담은 그 빛 속에서 조용히 입을 움직였다. 카메라는 그를 놓치지 않으려 했고, 방청석은 숨을 죽였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누군가는 보았을지도 모른다.
아주 희미한, 나비 날개의 그림자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