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될 건 없잖아?
듀오에 저런 문구가 있는 세상이 왔다고 하자.
안 될 건 뭐가 있을까? 요즘 인간들 보면 짐승보다도 못한 애들이 수두룩한데, 감정도 있고 지능까지 장착한 로봇이라면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뭐라도 공감해주고 다정하기까지 하면, 인간이 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외모까지 완벽하게 커스터마이징된 로봇이라면 말 다 했지. 그런 배경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첫 번째로 출산율은 아예 바닥을 친다. 원래도 낮았지만, 이제는 진짜 0에 수렴한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점점 선택이 아니라 기피가 되어가던 사회에서 로봇이 감정을 주고받는 수준까지 올라오면, 굳이 인간이랑 번식할 필요조차 사라진다. 입양? 그마저도 로봇아이다. 필요에 맞게 설계한 로봇 아이를 입양해서, 말 잘 듣고 문제 안 일으키는 아이랑 사는 게 대세가 되겠지.
그런데 갈등은 생긴다. 재산 문제다. 로봇과 결혼한 사람이 죽고 나면, 유산은 어떻게 할 건가? 인간 가족은 “로봇이 어떻게 상속을 받아?”라고 하겠지만, 로봇은 “우린 가족이었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다. 여기에 정치까지 끼어든다. “로봇한테는 100% 상속세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반대로 “로봇도 파트너로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캠프도 생긴다. 점점 표가 갈리고, 세대도 갈린다.
그 와중에 인간끼리 결혼하는 커플에겐 세제 혜택을 빵빵하게 주자고 할 수도 있다. 인류 보존 차원에서. 근데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는 의문이다. 감정적으로 로봇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세금 깎아준다고 인간이 좋아질 리는 없으니까.
성적인 면에서도 변화가 온다. 인간끼리 하는 게 오히려 더럽고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왜냐면 로봇은 몸매 좋고, 피부 깨끗하고, 인조성기는 세척과 교체가 가능하니까. 성병도 없고, 위생도 철저하고, 뭔가 감정적 소모도 없다. 그러면 인간들끼리 부대끼는 게 더 피곤하게 느껴질 거다. 심지어 ‘결혼은 인간끼리 하더라도, 성관계는 로봇이랑 한다’는 식으로 분리될 수도 있다. 인간과 관계를 하면 오히려 '너 좀 신박하다?' 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쯤 되면 인조피부 시장이 미친 듯이 커질 거다. 촉감, 온도, 표면의 땀기까지 구현하려고 별의별 기술이 나올 거다. 반면에 비공식적인 루트로 유통되는 공유형 로봇들은 세척 안 하고 돌리다가 성병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그게 ‘로봇 성병’이라니, SF가 아니라 그냥 뉴스 기사 제목처럼 들린다.
또 걸리는 건 자신의 로봇 파트너가 해킹될 때이다. 이건 인간 입장에선 프라이버시 침해에 사회에 드러나는 리스크가 있고, 로봇 입장에선 강간 같은 느낌이다. 만약 섹스로봇의 기업들이 마음 먹고 내 알몸을 보는 건 물론이고 내 생체정보(체모, 침, 정자)들을 가져간다면?
노동시장도 박살난다. 로봇이 감정노동까지 대체하면, 인간은 일자리에서 완전히 밀려난다. 역설적으로, 이미 저출산에 적응한 선진국들이 이 변화를 제일 빨리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어차피 인구도 없고, 젊은이도 없고, 외로움만 가득하니까. 소외된 사람들은 정치적인 표현을 하지만, 결국 표는 점점 늘어나는 로봇+인간 커뮤니티에게 가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은 조금 무서울 수도 있는데, 죽음이 더 이상 끝이 아닐 수도 있다. 자아를 로봇이나 가상공간에 옮겨서, 어떤 사람은 평생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살고, 어떤 사람은 GTA에서 뛰어다닐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거리에서 로봇 몸으로 현실을 걷고. 그게 고정된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살게 될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육체 렌탈 시스템’ 같은 거다.
이게 가속화되면 결국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인간과 로봇의 차이가 뭐지?”
그러면 시민권, 상속, 결혼, 형벌, 노동 같은 제도들이 무력해진다. 어쩌면 이게 진짜 진화일 수도 있다. 자연선택이 아니라 의도된 자기 설계. 유전자가 아니라 의식이 중심이 되는 사회. 그렇게 인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업데이트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