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글은 실제 수업 시나리오가 아닌, 아이들에게 민주주의의 과정을 설명한다는 가정 하에 써 내려간 글입니다. 실제 수업 중 활용하지 않으며, 정치적 견해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얘들아. 세상이 참 시끌시끌하다. 단 2주 만에 너희들이 교과서 속에서만 배울 수 있는 일들이 우수수 일어났네. 많이 놀랐겠어.
너희들은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니? 선생님과 삼권분립의 원칙을 열심히 외운 너희들이 우리나라의 체계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선생님이 주관식으로 낼 것 같으니 그 단어만 열심히 외운 건 아니지? 삼권분립 삼권분립 삼권분립 하면서 말이야.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권력이 한 군데로 몰리는 걸 막기 위해 세 군데로 권력을 나눠두었어. 이걸 뭐라고 하지? 맞아. 삼권분립. 잘 외웠네. 법을 만드는 국회, 법을 적용하는 법원, 법을 집행하는 정부가 일을 나눠서 해. 세 곳은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가지고 있지.
어떤 친구는 어른들이 싸우는 게 정치라고 하기도 하네. 뉴스에서 큰 소리 내는 장면을 본 거니? 맞아. 그런 장면들은 뉴스에 빠지지 않고 나오지. 혹시 그 싸우는 장면들이 불쾌하게 느껴졌던 거야? 그럴 수 있지. 우리 반에서 친구 둘이 싸워도 고개를 내젓게 되는데, 다 큰 어른들이 싸우니 너희들 입장에선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겠다.
그런데 얘들아. 정치는 꼭 싸워야만 한단다. 싸우지 않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거든.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싸워주고, 각자가 가진 신념에 맞는 정책이 추진되도록 싸우는 거야. 싸우지 않은 채 한 사람의 의견만으로 국가의 모든 일이 진행되는 건 아주 위험한 일이지. 우린 이걸 ‘독재’라고 부른다. 너희들이 알고 있는 독재자들 있어? 그 사람 시대의 정치는 겉으로 보았을 때 싸움 없이 평화로운 것처럼 보이지. 싸우고 다투는 건 민주주의의 증거이기도 해. 어때. 이제 어른들이 큰 소리 내는 장면을 이해해 볼 수 있겠어?
어떤 친구는 시위에서 응원봉을 흔드는 장면을 봤구나. 너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도 있었어? 그래 그래. 엔시티 응원봉도 봤구나. 뉴진스 봉도 있었고? 선생님도 많은 시위 현장을 봤지만 응원봉 문화는 새로웠어.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표력하고 있다는 뜻이니 반갑기도 했지. 노래 부르는 모습도 봤구나. 다들 콘서트에 온 듯이 떼창하는 모습이 신기했겠다. 너희들이 관념적으로 생각했던 시위는 조금 무섭고 무거웠을 텐데 말이야. 아는 노래 많이 나왔지? 최신 케이팝을 부르던데. 역시 우리나라는 흥의 민족이야. 화가 난 사람들이 그 분노를 노래로 승화시키다니 대단해. 선생님이 어릴 때는 시위 현장이 조금 더 격렬하기도 했거든. 외신들이 이번 시위에 대해 ‘very noisy but peaceful’이라고 표현하더라고. 시끌시끌하게 노래를 부르면서도 누구도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그렇게 얘기한 거야.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모인 시위가 안전하고 깨끗하게 끝난 것을 외국에서는 멋진 민주주의의 모습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선생님은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놓인 순간을 총 세 번 봤어. 첫 번째 순간은 최종적으로 탄핵되지 않았고 두 번째 순간은 탄핵이 인용되어 대통령을 다시 뽑았지. 세 번 째 순간은 바로 지금이고. 세 상황을 돌아보면 결국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민심’이라는 거야. 국민을 대표하여 뽑힌 사람들은 민심을 거스를 순 없어.
그러니 얘들아, 때로는 정치가 지저분해 보이고 귀찮아 보여도 끝까지 관심을 가졌으면 해. 민심을 피력하고 너희들의 의견을 계속 이야기해야만 민주주의가 바른 기능을 할 수 있어. 너희들의 의견을 보여주기에 가장 최적의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래 그래. 인터넷에 글을 쓸 수도 있겠고. 좋아. 시위에 참석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투표야. 선거에서 표를 행사해야 해. 너희가 성인이 되면 크게 3개의 선거에 참여할 권리가 생겨. 대통령을 뽑는 대선,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지자체 구성원을 뽑는 지선. 22년에 있었던 대선 투표율은 77%였어. 우리나라를 5년 간 이끌어 갈 통치자를 뽑는 중대한 선거에 유권자 중 23%는 아예 불참한 거지. 올해 있었던 총선 투표율은 67%야. 33%는 투표권 행사를 안 했어. 재작년 지선 투표율은, 놀라지 마. 50%야. 선거일은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절반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어. 사실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주는 것이 지방선거인데 말이야. 선거일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사전투표 제도도 실시하고 있거든. 이해가 안 가지? 어른으로서 너희들에게 이런 사회를 보여주게 되어 부끄럽다. 선거권이 생기는 그날, 여러분 모두 모든 선거에 꼭 참여했으면 해. 대선과 총선은 시간차를 두고 실시되니 정치인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대통령의 정책이 맘에 들면 총선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에게 힘을 실어줄 수도 있고, 대통령의 업무 추진에 불만이 생긴다면 총선에서 야당에게 표를 던져 대통령을 견제하도록 하는 방식이지.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본이야.
여러 신문사의 뉴스를 보는 것도 추천할게.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정보 세대이긴 하지만, 오늘날 SNS 세상에는 큰 함정이 하나 있어. 바로 알고리즘이라는 거야. 내가 보는 내용만 계속해서 보여주는 거지. 선생님의 알고리즘 속엔 계엄령 이야기가 가득할 수 있고, 너희들의 알고리즘 속엔 아이돌스타만 보일 수도 있는 거야. 그러니 하나의 SNS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다양한 스피커의 이야기를 들어본 후에 생각을 정리해 보렴.
얘들아. 우리 헌법 제1조 같이 외웠던 거 기억나? 혹시 이 빈 칸에 공통적으로 들어갈 말이 무엇인지 알겠니? 그래. 국민이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모두가 이 나라의 주인인 거야. 말로만 주인이라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주인 노릇해야 해. 선거에 참여하고 늘 관심을 가지는 것.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될 수 있어. 깨끗한 민주주의 사회 말이야.
선생님은 이 자리에서 너희들에게 열심히 역사와 사회를 가르칠 거야. 이 수업을 통해 너희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해서 보다 더 살기 좋은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선생님은 믿어. “희망은 힘이 세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