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와 애도 사이의 4월

세월호 그리고 제주를 추모하며

by 고희수
애도는 지속된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시간과 함께 살아간다.

– 롤랑 바르트, 『애도 일기』 중에서


4월엔 새움이 튼다

나는 4월에 태어났다. 쑥, 냉이, 달래, 두릅 같은 나물과 함께 태어났단 생각을 종종 했다. 이때의 봄나물을 먹는 건 겨울이 끝났음을, 새로운 봄이 왔음을 축하하는 의식이다. 추위를 견딘 땅에서 새 잎이 나고 가지에서 새순이 돋는다. 그걸 툭툭 꺾어 먹는다. 갓 태어난 식물의 아삭함과 부드러움, 말로 못할 향긋함까지. 봄나물을 먹으면 탄생을 축하받는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4월은 슬픈 달

언제부턴가 나의 생일은 조용한 추모의 시간으로 지나간다. 다시는 생일축하를 받지 못할 이들을 매년 돌아오는 생일처럼 추모한다.


나의 탄생을 함께 기뻐하는 사람들의 축하는 기쁘게 받지만 들뜸 없이 조용히 지나가려고 노력한다. 내가 생을 이어갈 수 있는 건 나보다 짧았던 생에 빚을 졌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추모는 내 남은 생 동안에 길게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그렇다. 또한 누군가의 추모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나에겐 단 하루인 추모의 날을 누군가는 내내 지나가고 있다.


상실은 누군가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에게 애도 기간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다. 그들의 애도는 그 이후에도 지속되며, 때로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되살아난다. 공적인 애도와 사적인(개인적인) 애도는 이렇게 충돌하며,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이 간극이 깊은 상처로 남는다.


416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더 오래전엔 제주 4.3이 있었다. 팽목항엔 돌아오란 깃발이 나부끼고, 거의 한 세기 전 일어난 제주 4.3은 정식 명칭조차 정하지 못했다. 비극을 딛고 있으면서 기뻐 뛰기에 약간의 부끄러움이 남았다. 그래서 오래오래 그 시간들을 추모한다. 앞으로는 추모할 일이 더 생기지 않길 바라면서.


4월의 들판이 여러 꽃과 풀로 뒤덮이고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봄의 난장 속 4월은 이토록 혼란하다. 축하와 추모 사이 이 계절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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