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오브 서울(Aube Seoul)' 2025. 11
효창종합사회복지관
용문동 헤르바콜라 쿠킹클래스 3회차
<온정(溫情)>, <파티(Party)>
겨울을 주제로 한 자유 요리
한우 등심, 석류, 키위, 당근, 단호박, 꽈리고추, 세발나물, 가을 냉이, 무순, 고사리, 목이, 표고
# 1
아침부터 용문시장에 갔다.
하늘은 왜 그리도 파란지.
석류는 왜 그리도 붉은지.
푸르고 서늘한 가을 나물들, 표고와 고사리.
그들의 아름다움을 접시 위에 어떻게 담을지 고민하는 것은 내게 오랜 고민이자 벅찬 위로였다.
# 2
오늘 그 고민은 내 것이 아니었다.
1회차 수업 때 요리를 어떻게 의도대로 만들고 접시 위에 올리는지 수강생 분들께 보여드렸고 2회차 수업 때는 다 같이 준비한 요리들을 각자의 고향을 주제로 접시 위에 담고 본인이 담은 한 접시의 요리에 대해서 프레젠테이션 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날 것의 식자재들을 눈앞에 두고 각자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 정하고 직접 요리를 해보았다.
# 3
주제는 <겨울>이었다.
시작하기 전, 날 것의 맛을 느끼기 위해 세발나물과 가을 냉이, 무순을 조금씩 잘라서 나눠 먹어보았고 그 싱그럽고 짭조름한 맛, 달큰하고 풋풋한 흙 향을 기억한 채로 겨울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두 팀으로 나누어서 진행했고 한 팀의 주제는 <온정溫情>, 다른 팀의 주제는 <파티(Party)>였다.
# 4
겨울의 따뜻함을 주제로 한 요리는 배려심이 묻어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식은 요리를 주고 싶지 않아서 이미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다음에도 혼자 계속 고기를 데우고 있던 수강생님의 태도가 그랬다.
겨울의 풍성함을 주제로 한 요리는 입체적으로 풍성했다. 언뜻 일정하지 않게 썰린 야채들은 저마다의 질감과 향을 주었고 산딸기 식초를 머금은 버섯은 숲의 풍미를 무성하게 담아내었다. 한 입 크기로 다듬어진 재료들은 마찬가지로 배려심이 느껴졌다.
# 5
클래스는 마무리가 되었다.
수강생 분들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40~50대 여사님들이다.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요리들이 그분들이 만들어온 요리들보다 무거울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차려줄지 고민하던 그분들의 장바구니의 무게를 나는 들어본 적 있을까.
내 요리에는 그분들만큼의 배려가 묻어있던 적이 있었을까.
# 6
다가오는 계절,
농장 원물의 맛과 우리나라의 식문화,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주제로 한 팝업 레스토랑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준비하고 있다.
한 접시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말아야겠다. 따뜻한 위로와 진심을 조금씩만이라도 담아 전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