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숨골

2022

by 고은세

하얗게 이슬이 녹아
물웅덩이가 생겼다.
땅으로 스며들어
찬찬히 흙을 만져가며 살피는 햇살과 함께 민들레 씨앗을 피워낸다.
조금 일러도 괜찮다.
조금 늦어도 어떠할까.
설령 피지 못한다 해도 그의 탓일까.
생명 중에 치열하지 않았던 이는 없음이니
피지 못한 꽃도 꽃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봄이 올 것이다.
하늘 아래 가득 피어난 꽃과 땅 아래 가득 피지 못한 이들이 한데 모여
숲.
밭.
바다.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