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은세 Feb 17. 2023

겨울 1악장 '빠르게,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거센 파도와 같은 눈보라와 얼음장 같은 공기는 인간을 부술 수는 있으나 꺾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저 안의 따뜻한 모닥불과 두꺼운 이불은 그를 질식시켜 마침내 무너뜨릴 것이다.

언 땅을 부수고 어루만져 추위를 견디는 대파와 봄동을 얼지 않게 하고

시금치에 이불을 덮어주어 봄을 기다린다.

긴긴밤, 어두운 동굴 안에 가만히 있어도 아침은 올 것이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 인간은 주체다.

봄을 맞이하고 여름을 준비하며 가을을 향유하고 겨울을 인내한다.

그리하여 찬란한 봄과 무성한 여름, 풍요로운 가을과 지난한 겨울과 함께 호흡하며 세계를 일구는 것이다.

오늘은 밤이 길다.

매거진의 이전글 곶자왈, 숨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