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예술은 일상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영향을 미치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기에
예술은 사람들의 필요를 쫓아서는 안 된다.
그들보다 더 비생산적인 것들에 기꺼이 열정적으로 삶을 투사한 만큼
그 세계에 있는 숱한 절망과 고통, 슬픔을 보고 느낀 만큼
남루해진 두 손에 소중히 담아 온 위로 한 방울, 희망 한 조각, 행복 한 스푼만큼
고단한 생산성에 기꺼이 젊음과 열정을 바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가끔 봄은, 오후 세 시는, 햇살은, 기지개 켜는 고양이는, 문득 떠오른 사람들은, 이토록 눈물겹게도 아름답다고.
고흐의 <별 헤는 밤> 액자를 사무실에 걸어두고, 쉬는 날 조금은 덜 낯간지럽게 바흐의 실내악 모음곡을 듣고, 도심의 게시판에 에곤 쉴레의 그림이 그려진 전시회 포스터가 붙어 있고, 부모님을 모시고 TV에서 보았던 근사한 식당에 큰맘 먹고 한 번 다녀오는 것.
얼마나 고상하게 소비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것으로 우리의 일상이 조금 더 풍성해졌다는 것.
우리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았다는 것.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은 더 아름다워졌다는 것.
그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생산성과 비생산성 어느 쪽에서든 인간이 맡은 역할이 기계에게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는 지금보다 덜 고단하거나 덜 고통스럽겠지.
그뿐이다.
역할이 대체될 뿐, 존재가 대체되지는 않기에.
존재로서 우리는 여전히 고민하고 어쩌면 새로운 역할을 설계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를 일구는 좋은 노동이 인간에게 주는 고양감을 기계 또한 느낄 수 있을까.
스스로를 죽이는 고통과 절망을 기계 또한 느낄 수 있을까. 그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찾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들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가까운 인간의 행동을 기계 또한 이해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직 사람들은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