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2 미션

프로젝트 '오브 서울(Aube Seoul)' 2025. 09

by 고은세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2024년 발표, 2023년 기준)>
2023년 한 해 동안 개인사업자 중 폐업자 수는 약 91만 1천 명에 달합니다. 이는 코로나 시기보다도 높은 수치로, 고금리·고물가·내수 부진의 '3중고'가 자영업자들을 한계 상황으로 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음식점업은 폐업이 가장 빈번한 업종 중 하나입니다. 2023년 음식점업 폐업자는 약 17만 6천 명으로, 전체 개인사업 폐업자의 약 19.3%를 차지했습니다. 하루 평균 약 482개의 식당이 문을 닫은 셈입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 실태조사' <(2025) 2023년 기준 소상공인실태조사 보고서>

국내 외식산업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시기 잠시 주춤했으나,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약 158조 원 규모였으며, 이후로도 물가 상승과 배달 시장의 유지 등으로 전체 매출 규모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F&B 산업의 질적 쇠퇴는 '영업이익률'이라는 냉정한 숫자로 증명됩니다.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음식점업의 영업이익률은 코로나 이전 21% 수준에서 최근 18%대로 하락했습니다. 이는 가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이익률 하락은 단순한 경기 불황 탓이 아닙니다.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폭등하는 식자재비와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이라는 구조적 비용 압박 속에서, 과당경쟁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도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F&B 산업의 전체적인 고용 감소와 고용의 질 자체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F&B 산업의 취업자는 크게 ①임금근로자, ②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③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로 나뉩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 코로나19 이후 회복이 더디거나 감소 추세를 보입니다. 이는 직원을 여러 명 둘 수 있는, 상대적으로 규모와 안정성을 갖춘 식당들이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 코로나19 시기에도 크게 줄지 않았고, 오히려 최근 증가 추세를 보입니다. 이는 '나 홀로 사장님', 즉 1인 식당이나 부부 중심의 소규모 가게가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F&B 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여러 직원의 생계를 책임지는 '안정적인 고용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여러 명이 일하던 식당이 문을 닫고, 그 자리를 1인 사장이 겨우 버티는 가게가 대체하는 '고용의 하향 평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F&B 산업이 더 이상 '저숙련 노동력의 최대 흡수처'라는 사회적 역할을 하기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술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특히 별다른 기술이 없는 취약계층이 F&B 산업을 통해 경제 활동을 시작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자본, 인력, 기술, 그리고 영향력을 가진 주체들인 대기업과 파인다이닝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F&B 산업에 미래를 위한 가능성을 충분히 제시하고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 대기업

대기업은 자본력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산업의 표준을 만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시도 (대안 제시의 측면)

R&D 투자 및 기술 도입: HMR(가정간편식), 밀키트 기술 개발, 스마트팜 투자, 푸드테크 스타트업 발굴 등은 식품 산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긍정적인 역할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식자재 수급 안정화나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한식 세계화: '비비고' 브랜드의 성공처럼, 표준화되고 품질 관리된 한식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역할은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는 한국 식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관련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합니다.
상생 프로그램(ESG 경영의 일환): 일부 대기업은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판로를 제공하거나, 영세 식당에 메뉴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상생'을 표방한 활동을 펼치기도 합니다.

비판적 분석 (문제 심화의 측면)

골목상권 침해와 시장 획일화: 대기업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자본력을 앞세워 유행하는 아이템(예: 베이글, 특정 디저트 등)을 즉시 자사 브랜드로 출시하여 시장을 장악합니다. 이는 작은 가게들의 창의적인 시도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결국 골목상권을 대기업 브랜드의 테스트 베드나 하위 시장으로 전락시킵니다.
'소모적 트렌드'의 주도 및 확산: 대기업의 마케팅 파워는 특정 아이템을 전국적인 '대유행'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는 '단발적, 소모적 트렌드'를 오히려 대기업이 주도하고 가속화하는 아이러니를 낳습니다. 유행이 끝나면 대기업은 다른 아이템으로 갈아타면 그만이지만, 그 유행에 편승했던 수많은 자영업자는 그대로 폐업 위기에 내몰립니다.
'상생'의 이면: 대기업의 상생 프로그램은 종종 홍보(CSR) 목적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본적인 유통 구조 개선이나 이익 공유보다는, 시혜적인 지원에 머물러 실질적인 산업 구조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결론 (대기업): 대기업은 '산업화'와 '효율화'에는 기여했지만,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거나 관심이 부족합니다. 오히려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F&B 산업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소모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 파인다이닝

파인다이닝은 미식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기술, 철학, 식재료를 탐구하며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등대'와 같은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긍정적인 시도 (대안 제시의 측면)

로컬 식재료의 재발견 및 가치 부여: 많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이 사라져 가는 토종 식재료를 발굴하고, 현대적인 조리법을 통해 그 가치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생산자(농부, 어부)에게는 자부심과 안정적인 판로를,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입니다.

인재 양성 및 전문성 강화: 높은 수준의 기술과 시스템, 서비스 교육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사관학교' 역할을 합니다. 이곳에서 훈련받은 인재들이 독립하여 새로운 레스토랑을 열면서 산업 전반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새로운 미식 담론 형성: 음식에 철학과 스토리를 담아내고, 이를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며 한국 외식 문화의 지평을 넓힙니다. '어떤 음식을 먹는가'를 넘어 '왜 이렇게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미식 문화의 성숙을 이끌고 있습니다.

비판적 분석 (그들만의 리그라는 한계)

높은 가격 장벽과 대중과의 괴리: 파인다이닝이 제시하는 가치와 경험은 훌륭하지만, 수십만 원에 달하는 가격은 극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를 만듭니다. 이들이 제시하는 대안이 일반 대중이나 대다수 영세 자영업자들의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 혹독한 노동 강도, 낮은 수익률, 스타 셰프 1인에 대한 과도한 의존 등 파인다이닝 내부적으로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됩니다.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불안정한 구조를 가진 곳이 많습니다. 이는 산업의 건강한 대안 모델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쉐린' 등 외부 평가에 대한 맹종: 일부 파인다이닝은 자신만의 철학을 추구하기보다, 미쉐린 가이드와 같은 외부 평가 기준에 맞추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또 다른 형태의 획일화를 낳으며, 진정한 의미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파인다이닝): 파인다이닝은 '미래의 방향성'과 '가능성'을 탐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영향력이 생태계 전체로 확산되지 못하고 고립된 '섬'처럼 존재하는 한계를 명확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대안이 산업 전체의 문제 해결로 이어지기에는 너무나 비싸고, 멀고, 때로는 위태롭습니다.

최종 종합 결론

대기업과 파인다이닝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F&B 산업에 기여하는 바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미래를 위한 구조적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두 주체 모두 자신의 이익과 생존 논리에 갇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규모의 논리'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파인다이닝은 '고급화의 논리'로 생태계와 단절되어 있습니다.

결국, 지금 F&B 산업에 필요한 것은 이 둘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메우고, 파인다이닝의 철학을 대중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며, 대기업의 시스템에 대항할 수 있는, 작지만 단단한 '중간 허리'의 역할입니다.

->

현상 제시: "F&B 산업의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하루 500개 가까운 식당이 문을 닫는 '소리 없는 전쟁터'입니다."
문제 진단: "이는 산업이 '질적으로 우하향'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입니다. 높은 비용 구조와 과당경쟁 속에서 장기적 투자 대신 단발적 유행만 좇는 소모적 악순환에 빠져있습니다. “

미래 위기: "이대로라면 산업 생태계는 붕괴하고, 수많은 종사자들의 미래 또한 닫히게 될 것입니다.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대안: "그래서 저희는 이 문제에 대한 작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저희의 '팜 투 테이블'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을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고, 지역의 문화와 상생하며, 단기 트렌드가 아닌 '지속가능한 가치'에 투자하는 새로운 모델입니다. 이는 F&B 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성에 대한 하나의 실험이자 증명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스케치 #1 브랜드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