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4 농장에 보내는 편지

프로젝트 '오브 서울(Aube Seoul)' 2025. 09

by 고은세

OO 농장 대표님께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에서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팜투테이블 레스토랑 '오브 서울(Aube Seoul)'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요리사 고은세입니다.


오래전부터 대표님께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작물들을 기르시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토종 종자에 대한 대표님의 관심과 애정은, 제가 앞으로 요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가치와 정확히 맞닿아 있어, 단순한 존경을 넘어 꼭 한번 찾아뵙고 가르침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저는 9년간 스페인과 한국의 여러 레스토랑에서 요리하며, 좋은 식재료와 요리라는 행위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주는 감동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직까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요리가 맡고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리는 점차 사람들의 삶에서 멀어쟈가고 있고 외식 산업은 점차 그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브 서울'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대표님처럼 묵묵히 땅을 지키며 식재료를 길러내시는 분들의 철학과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내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매일매일 변화하는 계절에 맞춰 매일매일 변화하는 요리들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대표님의 귀한 시간을 잠시나마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쉬는 날인 다음 주 월요일에 잠시 농장을 찾아뵙고 대표님의 말씀을 직접 듣고 싶습니다. 저희 레스토랑의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이 메일에 함께 첨부합니다. 바쁘시겠지만 잠시 살펴보시고, 대표님의 귀한 작물이 저희 레스토랑에서 어떻게 빛날 수 있을지 가늠해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대표님의 노고에 누가 되지 않도록,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괜찮으니 부디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침과 밤으로 쌀쌀해지는 날씨에 늘 건강 유의하십시오.


오브 서울(Aube Seoul), 요리사 고은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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