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낸 적이 있나요?
가족 한 명을 먼저 보낸 경험이 있으면서도, 모든 이별은 늘 처음처럼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
나의 경험이 있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찾아온 이별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꾸 잦아지는 이별.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모든 것이 무한할 것만 같은지.
끝이 있는 삶에서 헤어짐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지만, 이별에 수반되는 온갖 감정들의 무게감 때문인가, 우리는 헤어짐에 대한 시선을 자꾸 회피하게 된다.
메멘토 모리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삶에 대해서 생각할 때 ‘삶, 즉 살아있는 기간’이 아니라 ‘죽음’을 생각하면서 살아가자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도,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어색하고 어렵다.
죽음이란 것이 참으로 공평하다고 생각이 되는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의 반려 동물, 반려 식물을 먼저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로 아프기 때문이다.
그런데 혹시 자연을 떠나보낸다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지금 지구와의 이별을 생각해보고 준비해야 할 날들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메멘토 모리- 나의 죽음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구와의 이별을 생각하는 것도 결국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
그렇다면 이별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첫 번째는 공감 능력이겠다.
자연을 떠나보내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이나 반려 동물과 헤어지는 것처럼 안타깝고 슬픈 이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마치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그 사람과 함께한 추억을 기억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가 추억하고 싶은 자연은 어떤 모습인지 한번 떠올려 보길 바란다.
우리 아이들은 자연과의 추억이 있을까?
우리는 자연과의 추억을 쌓기 위한 노력을 했던가?
지금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죽음을 생각해 보면 된다.
그렇게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자연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지구의 죽음을 생각해 보면 된다.
천선란의 <노랜드> 중 '옥수수밭과 형'을 읽으며 썼습니다.
사진 출처 Valentin Fernande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