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여름.
모두가 바다로 나가는 계절인 이곳에서 나는 캠핑의자 하나 가져가 해변에서 책을 읽었다.
물고기, 바닷게에 신기해하는 아이들과 부모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은 살아있는 것을 좋아한다.
따로 장난감을 쥐어주지 않아도 하루 종일 놀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살아있는 것 들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좋아하는 아이들. 반면 만들어지고, 정형화된 것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어른들.
최근에 김나영 가족이 제주에서 한 달 살이를 하고 간 모습을 그의 유튜브 채널, 노필터티비에서 볼 수 있었다. 그 영상 속에서도 아이들은 마당에서, 바다에서, 동네 골목에서 뛰어놀았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아이답게' 논다.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른들의 편견이었던 것은 아닐까.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장난감을 건네주며 어린 나이부터 획일화된 유행을 학습시켜주는 것 대신에, 혹은 유행이 지나거나 질려버린 장난감을 대신하여 새로운 장난감도 계속 사주는 것 대신에, 그냥 자연 안에서 놀게 하면 아이들은 더 좋아할 텐데. 오감으로 교감하면서 더 큰 감정을 배우고 느낄 텐데.
도시에서 제주로 놀러 온 것 같은 가족이었다. 부모들도 모래 위로 빼꼼하는 바닷게가 신기했나 보다. 물속에 들어가면 그냥 보이는 물고기가 신기했나 보다.
그렇지만 그게 'norm'이 되면 안 될 것 같다.
천선란의 <노랜드/한겨레출판>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었다.
"야생에서 자란 짐승이 두려움 없는 호의를 베푼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야생동물을 길에서 만난 게 처음이었습니다.
그곳은 너무나 당연하게 우리의 영역이었으니까요.
길에 인간만 다니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은 것이 더 이상하게 다가왔습니다.
.... (중략)
지금도 인간의 흔적이 곳곳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도 동물들은 인간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금단의 구역을 원래 자신들의 영역인 양 자유롭게 누비고 있습니다.
애초에 인간이 것이 아니었다는 듯이" (p.61)
원래 함께 사는 지구였는데, 어느새 우리만 사는 지구처럼 여기게 돼버린 것 같다. 바다에서 보는 생물들, 숲에서 보는 생물들, 그 다양한 생태계를 마주 보는 것이 어쩌다가 "신기한" 것이 돼버린 걸까.
성경 구절도 괜히 생각이 났다. "이르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마 18:3)" 어른이 되면서 굳어져가는 사고방식, 획일화되는 시선. 있는 그대로는 왠지 어딘가 어색해지는, 부끄러워지는 마음. 그렇게 우리는 감사를 잃어가고 공존하는 삶에서 비껴 난 채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살아 있는 것을 기뻐하고 좋아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