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사비맛 찹쌀떡 Feb 26. 2024

대퇴사의 시대


퇴사하는 사람, 또 입사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성장하고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것. 요즘 유튜브나 미디어를 보면 2030의 태도에 대한 쓴소리도 많고 대한민국의 젊은 층이 놀고 있다는 경각심을 많이 주는 것에 반해, 실상 내가 느낀 일터의 젊은이들은 놀고 싶기보다는 진심으로 성장하고 나아지길 갈망했다.


퇴사하는 동료들에게는 힘껏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싶고, 동료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우리에게는 더욱 내면의 동기를 굳게 잡아라 다독이고 싶으며, 또 새로 만나게 되는 동료에게도 한 배를 탄 입장으로 기꺼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왜냐면 겨우 10년 사회생활 한 걸로 말해보자면, 정말 모든 일은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대치 않게, 정말 다르다고 생각했던 경험들이 이어질 때의 쾌감이 있다. 아 이렇게도 연결이 되는구나! 


식품영양학으로 석사학위까지 딴 친구는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을 했다. 식품산업부문도 있는 기업이었지만 정작 친구는 몇 년을 재직하면서도 본인 업무에 석사 공부가 쓰이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며, 석사 2년의 기간이 자기 인생에 왜 있었을까 싶었다고 했다. 그러다 퇴사를 하고 교직을 준비하면서 놀랍게도 그 연결고리가 보였다. 석사 2년 덕분에 2년의 경력이 가산되자 ‘이렇게 연결이 되는구나’ 라며 깨달았다고 했다. 


아마도 80살까지 일하고 100살까지 살아야 하는 운명인 우리 세대는 지금 당장은 무용(用)해 보이는 경험이라도 실컷 해 둬야 최소 80살까지 먹고 살 연결고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쓸모없는 경험을 하기에 20대보다 30대가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이 더 커지며 자꾸 주저하게 되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50대에 드는 기회비용보다는 무조건 낮을 테니, 멀리 보면 뭐든 지금 늦은 도전은 없다 생각한다. 



도전이란 단어가 불편하고 낯설 수 있다. 도전이 아니더라도, 꼭 정면으로 맞서 싸우지 않더라도, 야심 찬 목표와 계획이 아니더라도 좋다는 관대함이 조금은 필요하다. 목적도 효용도 없고, 그래서 누군가의 잔소리와 사회적 눈치를 보기에 딱 좋을지라도 뭐 어때?! 평소 나의 생각과 다른 관점을 보게 하고, 익숙하지 않은 근육들을 움직이게 만들고, 어쩌면 어느 정도의 긴장과 불안의 시기를 동반하는 그 새로움! 바로 거기서 새로운 연결고리가 싹이 튼다. 


안타까운 건 요즘 유튜브를 중심으로 ‘유료 커뮤니티’가 생기면서 확실하게 내가 “듣고 싶은” 얘기만 골라 듣는, 그러니까 안 그래도 알고리즘 때문에 세상만사 얘기를 들을 수 없는 시대에 더 귀를 닫을 수 있는 공간으로 회피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다. 나와 다른 모든 것들을 고를 수 있는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기어이 나와 비슷한 것만 옆에 두는 선택이라니. ‘다름’과 ‘개성’을 중시하는 크리에이터들 마저도 이와 같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소위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 모습도 심히 모순적이다. 왜냐면 다양성은 그래도 괜찮다는 안심, 안전한 곳에서 피어나기 마련인데, 오히려 획일적이고 통일된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고 하고 있기 때문.




최근 오랜 시간을 들여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성과나 변화는 없고 몇 달째 생각만 하고 있다 싶지만, 나는 그 시간의 축적도 반드시 무언가로 연결될 것을 안다. 


언젠가 출판 작업을 꼭 하고 싶다고 늘 말했다. 내가 만들어내야 하는 보고서를 출판 작업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만의 사업을 한다면 꼭 커뮤니티를 만들어야겠다 했는데, 내가 모아야 하는 고객들이 바로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이었다. 기획의 매력에 한창 빠져 있을 땐 심지어 박물관 큐레이션도 기획해보고 싶다 여겼는데, 프로덕트 디자인마저도 어떻게 사람들의 시선을 움직이게 할지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 싶을 정도였다. 


너무 다른 일이지만 한편으로 은근 비슷하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생각을 수정하고 또 생각하는 시간, 쓸모없고 비효율적인 것 같은 지금 마저도 반드시 멋지게 연결되리라. 


그래서 퇴사하는 동료들, 이곳에서의 힘들었거나 무탈했던 경험마저도 당신들의 미래에 꽃과 열매를 맺는 연결이 반드시 될 것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남아있는 동료들, 퇴사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괜스레 ‘나는…’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당신들의 연결 고리는 직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아니라 당신 마음속에서 싹이 튼다는 걸 꼭 말하고 싶다. 내면의 동기를 꼭 찾고 붙잡길 바란다. 그리고 새로 합류한 동료들, 당신들이 다른 곳에서 경험한 그 멋진 것들을 동료로서 함께 볼 수 있음에, 우리가 서로의 경험을 끌어와 새로운 것으로 같이 만들어갈 수 있음에 진심으로 기쁘다.



모두에게 봄 날은 찾아오고, 봄에 핀 꽃은 반드시 열매를 낼 것이다.




사진: UnsplashBrendan Church

매거진의 이전글 30대, 인생이 노잼이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