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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사비맛 찹쌀떡 Sep 13. 2024

아이슬란드 로드 트립

운전 고수분들만 모십니다


1.

처음부터 이렇게 조수석에만 앉을 처지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나도 국제 면허증을 미리 발급받았고, 캠퍼밴을 예약할 때도 second driver로 인적 사항을 기록하기도 했다. 보험도 운전자 2인 (남편과 나) 모두 들었다. 아마도 우리는 차도 별로 없고 그냥 직진만 하면 되니 어려울 게 뭐가 있겠어라는 생각이었던 게다. 아이슬란드에서 먼저 운전대를 잡은 남편, 여행 3-4일 차에 난데없이 고난도 도로에 접어들며 나에게 운전을 맡기긴 힘들겠다고 말했다.


이 도로로 말할 것 같으면, 남부여행의 동쪽 끝, 듀피보구르(Djúpivogur)에서 시작하여 북쪽으로 올라가는 622번 도로이다. 다른 길은 없다. 남부에서 북부로 올라가려면 무조건 이 도로를 통과해야 한다. 사전 정보가 없던 우리는 어느 순간 비포장도로로 바뀌어버린 도로 컨디션에 '언제 다시 포장도로가 나오나..' 하염없이 기다릴 뻔했다. 이 도로는 끝날 때까지 비포장도로만 나오는 도로였다. 그러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압도적인 주변 풍광에 정신없이 구경하며 운전하다 보면 구불구불한 비포장 도로로 이미 산 하나를 넘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여기 대체 뭐지? 하며 찾아보니 구글의 답: most terrifying road on Earth. 지구상에 현존하는 도로 중 가장 무서운/어려운 도로.



622번 도로로 진입,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아이슬란드에서 운전하면 자주 만나는 양들. 9월까지는 방목해서 키운다고 한다.
이렇게나 멋진 뷰를 보며 운전할 수 있는 잔인한 622번 도로



어디가서도 평생 술안주로 쓸 수 있을 거서 같은 무용담을 하나 얻고왔다. 야, 너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도로가 어딘지 아냐? 나 거기 가봤다. 아무도 믿지 않는다면 구글을 켜서 검색해 보여준다. 진짜라니까.. 



2.

622번 도로는 다시 링로드 그러니까 1번 국도와 만난다. 엉엉 아스팔트 포장도로 만세. 그러나 포장도로도 포장도로 나름.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나온 동쪽 마을, 세이요스피요뒤르(Seyðisfjörður)에 가기 위해 93번 도로로 꺾어 들어간 우리는 또 한 번 심장을 부여잡고 운전해야 했다. 산을 하나 넘어왔더니 또 산을 넘는 도로라니. 도대체 월터 미티는 이 도로에서 어떻게 롱보드를 탔을까 싶을 정도로 아찔하게 높았다. 이곳에서도 여전히 도로 옆 안전 가드도 없다. 코너링에서 차가 뒤집어지거나 도로 밖으로 떨어지면 그냥 죽는..아니 큰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구글에 물어보니 highest paved road in Iceland 란다.



93번 도로 끝에는 아기자기한 마을이 있다.



3.

93번 도로를 타고 세이요스피요뒤르(Seyðisfjörður) 마을에 들어왔다. 영화 속에 나왔던 도로와 건물들을 구경하고 다시 이동할 준비를 했다. 아...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하구나. 그리하여 다시 그 아찔한 93번 도로를 타고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에서처럼 여길 롱보드만 타고 내려오면 죽지 않을까.. 무서운 상상을 머리에서 떨쳐내며 빠져나왔다. 다음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찍고 가는데 남편의 말, 비포장도로를 30분 가야 해.


솔직히 그냥 안 가면 안 되냐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7일 일정 중 남편이 가고 싶다고 고른 곳은 몇 개 없었고 그중 하나가 이곳, Stuðlagil 이었다. 최근에야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사람이 많아지면 다시 폐쇄될 수도 있는 협곡이라고 설명했다. 비포장도로지만 차로 꽤 들어간 이후에도 걸어서 트랙킹을 1시간 30분 정도 해야만 그가 원하던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비포장도로에서 사륜구동차는 덩치만 큰 우리의 캠퍼밴을 잘도 앞질러 갔다. 덜컹거리는 우리 차는 속도를 겨우 10-15km 내며 움푹 구멍이 파인 도로를 30분 넘게 달렸고, 겨우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중간중간에 양들이 자꾸 나오는 바람에 더 빨리 오지 못했다. 


... 그리고 우린 다시 똑같은 비포장도로를 타고 30분을 덜컹거리며 빠져나왔다.


남편이 제일 보고싶어했던 협곡의 주상절리
협곡까지 걸어가는 트랙킹 코스가 정말 좋았다.



하루동안 고난도 운전만 계속했던 남편이 제일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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