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날
사람에게 기대하지 말자는 다짐을 또 한다
며칠 동안 몸살감기를 앓았다.
열심히 살아낸 나날들의 흔적일까.
며칠 집 안에서 칩거하다가 오늘 다시 일터에 나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영업직인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직업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부업이다. 긴 하루가 끝나면 내가 하는 생각 중 팔 할은 다음의 질문들이다.
나는 이대로 괜찮은가?
나를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들 사이에 휩쓸려 가도 괜찮을까?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
이렇게 결론짓는 것이 편하다.
어차피 서구화된 아시아의 도시에서 사는 나는
버릴 수 없이 관계중심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산다. 그것을 아는 게 나의 강점이기도, 제일 큰 단점이기도 하다. 모든 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사정들이 눈에 보이면 속이 울렁댄다. 일을 지시하고 집행할 때 개개인의 사정을 모두 다 봐주다 보면 나 자신에게도 사정이 생기는 걸 묵인하거나, 나의 사정을 무시하고 대신 일하게 된달까.
정서적인 면을 배제하고 이성적인 게 일하는 데는 편하겠지.
나는 하루 종일 "이성적인" 사람인 듯 행동했다. 그러려고 노력했다. 나는 오늘도 잘 살았을까. 어딘가 공허해서 몇 시간을 빈둥대다, 아프기 전에 휴대폰에 남긴 메모를 읽었다.
"살아낼 나날들만이 남았다"
상처를 받는 건 마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일하는 관계에서는 지양해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