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음까지 그렇게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는데

by 장서율

사실 아직도 나는 여행 중인 것이 맞는 것 같다. 나는 지구별 여행자가 맞다.


나를 찾아가는 길고 긴 여정. 삶의 고비고비를 넘어서면 전혀 다른 삶의 면모도, 전혀 다른 내 모습도 보인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조금은 다르게 보이는 사람들의 마음과 모습 또한. 조용히 있으려고 해도 마음이 요동친다. 나의 판단은 나를 찾는 데에서도, 타인을 바라보는 데에서도 틀렸구나 싶어서 말이다.


내 마음의 결핍, 내 안의 지난함, 배고픔에 대해 보지 않으려고 눈 뜬 채 달려온 지난 나날들이여.


내 안에서 '진짜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찾기보다는, '진짜 내가 견딜 수 없는 것들'을 피해서 살아오고 있었던 것 같다. 원하는 걸 잘 모르겠다면, 싫어하는 걸 하나씩 지워나가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게 내 성격에는 맞는 선택이었다.


내 감정의 문이 열려 있을 때, 나는 과거의 많은 이야기들을 듣는다.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은 듯한 감정의 응어리들이 내지르는 핏빛 비명을 듣는다.


그 안에 더 이상 울고 있는 나는 없다. 대신, 삶의 어느 순간에서인가 나를 눈물 흘리게 했던 대상들이 나 대신 울며 매달리고 있는 상상을 한다.


나는, 등껍질을 이고 지며 아주 천천히 내가 원하는 곳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아 떠나던 달팽이였다. 어느새 나는 한 곳에 멈춰 서서는 땅을 고르고 씨를 내려 나무를 키우려 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견고함 그 하나.


달큰 따뜻한 빵 냄새에 울컥 집 생각이 나는가.

퇴근길에 느껴진 허기짐. 마음의 가난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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