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지나간 한 주 가운데

잠시 적어보는 깨달음

by 장서율


이번 한 주는 좀 많이 고되었다. 삼일 정도는 외부 미팅이랑 접대도 있었고, 즐거운 시간도 좀 괴로운 시간들도 있었다. 한 가지 깨달음이 있었는데 나는 혼자만의 세상에서 많이 예민한 것으로 나를 지키고 살았다는 것이었다.


추구하는 가치가 명확하면, 예를 들어 그것이 돈이라면, 최대한 당겨서 파이어 족 될 생각을 하고 덤벼야 하는데,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런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좀 더 디벨롭해 나가기로 결정하였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조금이라도 께름칙한 게 있으면 이제는 선택하기 힘든 나이가 되었나 보다.

취미를 위해 쓰는 시간과 돈, 대인관계를 제외하면 내 인생에 남는 것은 매일 남기는 기록들 밖에 없다. 지금 공부하는 심리학 강의에서 매일 숙제로 오전/오후의 감정들을 여과 없이 남기는 것을 하고 있다. 기록을 남기는 건 신기한 일이다. 이 주일쯤 지나고 나면, 트렌드가 보인다. 내가 반복하는 사고의 습관과, 그 사이에 생기는 도랑에 빠지고 다시 헤어 나오려고 하는 내가 보인다. 다시 말해 내 사고에는 어떤 패턴이 존재하고, 그걸 알았을 때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가능하다.


골프에서 처음 배울 때 들었던 나쁜 버릇을 고쳐나가고 있는 지금도 그러한데, 간단히 메모해 두면 다음번 수업을 받을 때 고치는 일이 가능하다. 도자기 수업을 받으면서 그릇을 구울 때도 그렇고, 춤을 배울 때도 그렇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체득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일에 있어서는 십 년을 같은 일 했어도 아직도 힘든 게 있고 매일 배우는 게 있는데, 하물며 소비하는.. (그리고 에너지를 얻는) 취미라는 건..

내 삶에 꼭 있어야 하는 것.


오랜만에 싸이월드에서 복구된 일기장을 보다가 이런 글귀를 발견했다.


"단추를 달면서 인터넷 하다가 바늘에 손가락 끝을 찔렸다. 삶은 조금만 방심해도 깜짝 나를 놀라게 해 버린다. 조금만 천천히, 한 번에 하나씩, 꼭 필요한 것부터 (실천하는) 내가 되어 가고 있다. 그렇게 믿는다"


12년 전의 일기다.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게' 살아온 나는 이제야, 이윽고, 또는 드디어, 이유 없이 주어지는 애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 조금씩 느끼게 되기 시작한다. 사랑에 감사할 줄 모른다는 건 참 쓸쓸한 일이다. 사랑을 했다고 믿으면서도 나는 사랑을 잘 모른다. 마음을 진짜 열고 주고받을 때의 파장이 마냥 행복했던 기억이 많이 없다. 하지만 그런 나를 이제는 바꿔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기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사리 분별이 가능해졌으므로.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건 내가 가진 능력을 돈을 벌고 적당히 소비하며 사는 것임을 알게 되었으므로. 이런저런 이유로서 나는 적당히 속물적이고, 적당히 행복하게, 적당히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것은 절대로 나쁘거나 천박한 일이 아니며, 평범하게 산다는 건 세상에서 꽤나 어려운 덕목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 04화음악이 주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