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
최근 2주 동안 내게 있었던 큰 사건은, 아버지가 10년 만에 내가 사는 이곳에, 다녀가신 일이었다. 칠순 넘으신 아버지의 해외여행은, 거의 10년 전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함께 오신 후, 이번이 처음이었다. 놀랍게도, 그 10년이란 세월이 눈 깜빡할 새 흘러갔다는 상투적 표현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내가 홀로 지낸 세월은 빠르기 그지없었다. 아버지 당신에게도 그렇게 느껴졌었을까? 부녀가 보낸 정다운 시간 동안 나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내가 바랬던 모습의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나는 이전에 내가 가졌던 장점들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과 몇 년 전에 내가 했던 일, 썼던 글들 이건만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건 내가 열심히 살았다는 방증일까? 아니면 나는 그냥 지난 일들을 쉽게 잊는 사람인 걸까? 이런 의문들을 가지다가도, 이런 나 자신의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할 겨를이 많이 없는 요즘이다. 아버지가 잘 지내고 가신 다음 다시 일터로 복귀했기에 말이다.
일이 밀려 아등바등한 그 일터에서, 나는 마음속으로 지지받고 매일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강해질 수 있었다는 걸 새삼, 아버지의 부재에서 깨달았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당장 내가 여기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내가 겪는 것 또한 삶의 성장통일 것이다. 혼자이든, 누구와 함께이든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 게 어떤 날은 특히 더 고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조금 수월하기도 하고, 그럴 것이다. 소중한 사람과 훗날 빙그레 웃음 지어지는 추억을 켜켜이 쌓아가는 건 분명히 기분 좋은 일이니까.
그렇게 지난 한 주의 끝에서, 아침에 눈을 떠 노래를 들었다. 오래전 노래이지만 왠지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듣고 싶은 날이 있다. 30 년쯤 전의 그 노래다. 그 노래를 처음 들었던 나는 아주 어린 학생이었는데, 그때도 이런 쓸쓸한 노래를 좋아했다는 사실이 지금도 잘 믿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런 모습의 나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 싶었다. 그저 주어진 내 모습과 성격으로 살아나가는 방법을 조금씩 바꿔왔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 – 박영미
나는 외로움 나는 떠도는 구름
나는 끝없는 바다 위를 방황하는 배
그댄 그리움 그댄 고독한 등대
그댄 저 높은 밤하늘에 혼자 떠 있는 별
사랑하고 싶지만 그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어 그것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해
가까이 가면 갈수록 자꾸만 멀어지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만 흘리네
나는 외로움 그댄 고독한 등대
그댄 끝없는 동경 속에 나를 잠들게 해
외로움이라는 정서는 글을 쓸 때 많은 영감을 가져다주는 감정이기도 하고, 그 속에 너무 침잠해 있다 보면 내가 있는 곳에서 길을 잃게 하는 어두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가만히 내 위에 내려앉아 창 밖의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괜찮다, 괜찮다 나를 위로한다. 나는 괜찮다. 좋은 시간들이 있으면, 힘든 시간들도 있고, 그렇게 되풀이되는 시간들 속에서 최대한 나 자신을 찾으며 나아갈 것이니까.
오늘 아침에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안부 문자를 받았다. 참으로 감사했다. 멀리 있어도, 자주 보지 못해도, 나를 마음으로 걱정해 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이다. 그중의 한 명이 나에게 말했다. 너는 이미 잘하고 있는데 일에서 너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고 있는 건 아니냐며. 그런 마음들이 외로운 시간 속에 있는 나를 자꾸 끄집어내 움직이게 했다. 볕이 좋아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해가며, 복잡한 내 마음까지도 그렇게 쓸어내 버리고 싶어 열심히 움직였다.
나는 외로움, 나는 떠도는 구름.
그리고 내 마음속에 있는 그대는,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