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에 대하여

어느 날 점심시간

by 장서율

사실은 내가 잃은 것들에 대하여

어떻게 버텼을지 모르겠을

시간들에 대하여 써보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꾸 나의 휴식과는 크게 상관없는 것들 - 유튜브 쇼츠나

집안 정리 아니면 빠른 답변을 요하는

이메일이나 문자 등에 정신이 쏠렸다.


늘 빙빙 돌아서 진심으로 향하는 내 성격 같기도 하고, 그래서 아버지가 내게 참선을 해 보라고 권하신 것도 있다. 내 안으로 잠식되는 것이 두려운 걸까ㅡ 5분이라도 앉아서 있을라치면 마장장이라고 부르는 - 잡생각들이 내 뇌를 지배한다.


자꾸 이거 해야지, 저거 해 놔야지 하는 목소리가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계속 내 안을 맴돈다. 늘 깨어있는 것은 좋다지만, 나의 깨있는 상태는 약간의 하이퍼처럼 모든 사람들의 반응에는 반응하되 정작 나 자신의 욕구에는 싸늘하다.


이율배반적인 내 태도에 아연실색하며 잠이 들라치면 뭔가 불안하고,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그럴 때 나는 숨을 크게 쉬어보려 한다. 어떨 때는 도움이 되고 어떨 때는 숙면에 들지 못해 가위를 눌리기도 한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최근 나는, 서쪽으로 이사 오고 나서 1년 반 만에, 결국 전에 살던 동네의 요가 스튜디오를 찾아서 재등록을 했다. 그나마 회사랑 가까운 곳에 있어서 점심시간에 가거나, 회사 끝나고 가서 아무 생각 없이 선생님의 동작을 따라 하려 애쓴다.


워낙 유연성이 없는 몸이라, 한 시간이 지나면 선생님들이 와서 격려를 해 주시기도 한다. 그러면 기분은 좋아지고, 이전에 요가를 하면서 겪었던 카타르시스의 순간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쉰다. 딱 두 번, 일이 너무 힘들었던 순간에, 누워서 가슴을 펴는 동작을 하다가 눈물이 차올라 펑펑 울었던 기억. 둘 다 일하다가 점심시간에 요가를 하러 갔던 시간들이었다. 이상하게 그렇게 게워내고 나니 한동안 마음은 시원했었다. 그런 내게 선생님들은 말씀하셨다ㅡ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이다.


내게 그렇게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좀 더 빨리 있었다면, 나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내 마음을 진작 받아들여 주었을까? 세월에 마모된 그나마 둥글어진 내 모습을 물끄러미 거울로 비춰보는 순간 나는 잠시, 알지 못할 이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쉼은.. 피곤하여도 집에서 가만히 있는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다니고, 긍정적인 사람들을 만나고 또 내 몸에 좋은 것들을 해야 하는 것이더라.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바쁜 시간을 쪼개 요가를 하는 내가 조금은 자랑스러워졌다.


삶의 복잡한 것들을 잊을 수 있게 해주는 대화나, 음악, 겨우 집어 들지만 책 한 권 다 읽고 나면 찾아오는 충만함, 요리 그리고 운동. 비로소 한소끔 끓고 나서 거품 걷어낸 듯 내 안의 화가 사라지고 나서,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오늘도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쉴 시간이 없다. 하지만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먹고살 수 있는 생각에 또 감사하다. 직장인의 삶은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음악에서 더 들어가 덕질이란 걸 접한 지난 1년, 무심코 유튜브에서 어느 덕후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삶이 힘들 때 덕질이 내게 찾아온다"며.


그럼 나는 그걸 또 내가 힘들구나.. 받아들이며 살아나가면 되는 거겠지 생각해 본다.

이전 02화너의 마음까지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