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였더라
월급날의 소회
월급날처럼 개봉관에 걸리기를 기대하던 영화들이 있었다. 코로나 덕분에 아주 기억 저 편으로 넘어간 것들 중에 영화관도 노래방도 있다..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본 영화 뭐였더라?
그래도 몇 편 있었다. 샘 멘데스 감독의 먹먹했던 로드 다큐 같던 전쟁 영화 "1917" 중국인 친구랑 보면서 중국어와 영어의 멀고 먼 거리에 토론했던 "뮬란" 그리고 한지민의 "조제" 중간에 유명한 배우 나왔던 "그린란드" (요가 시간에 5분 늦었다고 못 들어가서 아쉬운 마음에 집에 오다가 그냥 시간 되는 영화를 봤다. 살짝 후회하게 되는 만듦새여서 요즘은 드라마 "시지프스"를 감사한 마음으로 보는 중이다) 아, 크리스마스의 기적처럼 사람들과 어울려 영화관에 가서 "원더우먼"을 보는 중에 멀티플렉스 직원이 내 자리까지 쳐들어와 '팝콘 다 먹었으면 마스크 쓰라'는 말에 구겨진 기분까지 기억난다. 이 영화는 옆자리에 앉았던 후배랑 여행 가고 싶어~ 비행기 타고 싶어~ 하며 팝콘 먹던 기억이 다다. 아, 영화관이 엄청 춥기도 했다. 아이맥스였는데 크리스마스라서 인지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이 이상은 기억이 잘 안 난다. 분명 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영화 관람, 외로우면 언제고 큰 가슴으로 나를 맞아주던 어둑하고 따스한 공간, (덕분에 드라마 '런 온'에 나온 여주인공 미주의 마음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된다) 약속이 있어도 기다리던 영화가 개봉하던 목요일 저녁이나 밤 꼭 달려가던 집 근처 멀티플렉스.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영화들을 혼자 봤는지. 주말 오전에 혼자 조용히 한 두 편 연달아본다든지, "에린 브로코비치" 같은 환경운동가 영화를 보고 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든지, 스트레스받던 날 피카디리에서 개봉한 여름 시즌 용 호러 영화를 연달아 세 편 보고 나서 친구랑 뻗었던 기억까지. 최근엔 "곤지암"이나 "요가 학원" 정도가 기억나지만 라떼는... "폰" 같은 영화로 하지원이 호러퀸 등극하고 그럴 때였다.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가 별로 없어 폰을 혼자 보러 갔다가 하필 제일 앞좌석 밖에 없어서 영화 보던 와중에 "벽을 뚫고 드러나는" 진실 앞에서 소리도 못 지르고 벌벌 떨다 옴팡 체했던 기억도 난다. 새삼... 싫은 데도 내 옆자리에서 호러 영화를 같이 봐준 그남 그녀들에게 감사를..
많은 인디 영화관, 스폰지하우스랑 아트선재센터에서 봤던 "조제" "만추" 그리고 "비정성시"랑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 "무셰트"
일본으로 건너가서도 계속 찾아다니던 구로사와 키요시의 비급 같던 호러 영화들.
모든 가슴속의 절규들이 화면으로 번지면서 조용히 삼키던 울음들이 웃음들이 그립다. 순수하게 영화가 좋아서 마냥 그 속으로 빠져들던 내 모습이 그립다. 넷플릭스를 열어서 보이는 수많은 영화들을 보면서 섣불리 선택을 할 수 없는 건 아마도 이젠 그 영화관에서 나를 감싸는 설렘이 없다는 걸 알기에 그런 걸까. 더 이상 간절하지 않은 영화 개봉일보다는 월급일을 챙겨야 하는 나이가 되어 그런 건가. 달콤 씁쓸한 기분이 드는 2021년 정월대보름 aka 월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