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하와마할 - 닫힌 창문 앞에서
인도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오토릭샤와 함께 한다. 길을 나서는 순간 릭샤왈라(인력거꾼)의 호객 행위가 시작된다. 무조건 타라는 그들과 가격흥정이 끝나면 릭샤를 타고 나의 목적지로 향한다.
익숙하게 릭샤를 타고 하와마할(바람궁전)에 도착했다. 그런데 릭샤왈라는 약속했던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보통은 내가 거절하거나 돈을 더 주거나 쉽게 상황이 정리되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릭샤왈라는 집요하게 내게 돈을 요구했고 난 또 그 모습이 부당하다고 여겨 몹시 화가 났다.
짜증 나는 릭샤왈라와의 실랑이를 끝내고 덥고 분주한 길을 따라, 길을 걸었다. 붉은 사암으로 지어진 궁전의 정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 건축물, 하와마할이 내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작은 팻말 하나.
“오늘은 휴장입니다. (Closed Today)”
기껏, 릭샤왈라와의 전쟁도 치르고 힘들게 왔는데 휴장이라니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바쁜 일정에 몸은 지쳤고, 땀은 흐르고, 카메라도 무겁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창문 하나하나를 가까이서 들여다보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돌아서 나오는 길에 그늘진 벤치에 앉아, 닫힌 궁전을 바라보며 잠시 쉬었다. 갑자기 인도여인이 다가와 다짜고짜 나의 미간에 빨간 점을 찍고 목에 꽃 목걸이를 걸며 두 손 모아 기도를 했다. 나도 얼떨결에 나마스떼 인사를 했다. 그녀는 이 붉은 점(빈디)이 갑자스러운 불행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선 그녀는 조용히 손바닥을 펼쳤다. 말없이 자연스러운 몸짓이었지만 그 속엔 확고한 요구가 담겨있었다.
내게 허락도 없이 빈디를 그리고선 돈을 달라고 하니 불쾌했다. 그녀가 나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행동인 줄 알았는데 감동이 강요가 되는 순간이었다. 잦은 호객과 강매에 지쳐서일까 더 이상의 실랑이가 싫어서 그냥 지폐 한 장을 건넸다. 그녀는 다시 새로운 목표물을 향해 자리를 떴다.
얼떨결에 제3의 눈인 빈디를 그림으로써, 나는 지혜를 얻었는지 여행에 지친 나를 알아차렸다. 가이드북에 있는 모든 관광지를 미션 클리어 하듯 누구보다도 열심히 돌아다녔다. 온통 분홍색인 핑크시티 자이푸르에 왔으니 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 요새 같은 암베르성과 쉬쉬마할(거울궁전)을 봐야 했고 956개의 창문이 있다는 특이한 건축물 하와마할에서 창문으로 통하는 바람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난 어느새 일정표를 따라 풍경을 수집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마치 바쁜 나의 숨을 돌리라고 하와마할이 문을 닫은 것처럼 느껴졌다. 바람의 궁전을 보지 못했지만 그 덕분에,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닫힌 창문 앞에서, 나는 바람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있던 내 마음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바람을 느꼈다.
노는 것도, 쉬는 것도 열심히 해야 하는 민족의 딸로서, 무엇하나 놓칠 수 없었다. 난생처음 하는 해외여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던 나에게 가이드 북은 길잡이와도 같았다. 그래서 더 의지했고 계획한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따라가다 보면 분명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