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자인가, 관광객인가

09. 타지마할은 나를 비추고

by 여행꽃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리석 건물, 타지마할은 인도의 랜드마크, 모두가 사진으로 한 번쯤은 본 적 있는 풍경이다.



눈앞에서 타지마할을 보자 경이롭고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정교한 대칭과 웅장함에 감탄이 새어 나왔다. 하얗게 빛나는 대리석 돔을 향해 수 십장의 사진을 찍었다. 똑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지어 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잠시 후, 조금 전까지도 흥분했었던 나의 텐션이 갑자기 사라졌다. 기다리는 게 싫어서였을까? 그때의 내 감정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아그라의 타지마할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나는 여행자인가, 관광객인가?”


The traveler sees what he sees.
The tourist sees what he has come to see.


“여행자는 현재 보이는 것을 보는 반면에 관광객은 보러 온 것을 본다”

영국의 소설가 G.K. 체스터턴은 말했다.



여행자는 순간순간의 경험에 열려 있는 반면 관광객은 미리 정해진 기대나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 계획했던 대로 발도장만 찍고 있는 그때의 나는 분명 관광객이었다.


타지마할은 꼭 보고 싶었던 곳이 아니었다. 유명하다고 하니 굳이 방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에 가이드 북에 적힌 루트대로 착실히 이동했을 뿐이다. 그러나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작 보아야 할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영혼 없는 구경을 그만두고 벤치에 앉았다. 숨 고르기가 필요한 시간임을 직감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구경하니 재밌었다. 사람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 순간 살짝 쓸쓸해졌다. 타지마할을 등지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그림들, 함께 사진 찍는 모습들이 부러웠다.



한 여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나의 눈빛에서 부러움을 읽었는지 나에게 미소 지으며 사진 찍어 줄까?라고 묻는 듯했다. 괜찮다고 손을 저었다. 그녀는 함께 사진 찍자고 한 발짝 다가와 다시 말했다.



그때 나는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오케이를 외치며 그들에게 다가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만국공통어 바디 랭귀지를 구사하며 적극적으로 그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들의 웃긴 동작들을 따라 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보통 때라면 그러지 않았을 테지만 그날의 나는 조금 외로워서 낯선이들과의 시간을 보냈던 거 같았다. 어쩌면 이 순간이 내가 찾던 여행자의 순간이 아니었을까. 내가 예측하지 못했던 순간들과 스치는 인연들을 만나서 소통하는 것, 그게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은 후 손을 가볍게 흔들어 인사하며 헤어졌다. 그제야 나는 미련 없이 타지마할을 떠났다.




그때 나는 관광객이었고, 때때로 여행자였다. 때론 가이드북을 따라 움직였고, 때론 발길 닿는 대로 헤맸다. 그 모든 순간이 모여 나만의 여행기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지금 나는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려 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