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내가 외면했던 그날의 무게
암베르성 입구 근처, 나는 가파른 언덕을 마주했다. 햇살은 벌써 중천에 올라 있었고, 공기는 열기로 가득 차 숨이 가빴다. 그때, 한 노인이 내게 다가왔다. 낡은 릭샤를 끌고, 내게 타라고 손짓했다. 그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말없이 내 가방을 받아 리어시트에 올렸다.
평소에 타던 오토릭샤가 아니 사이클 릭샤였기에 나는 살짝 망설였다. 하지만 그도 오늘의 생계를 이어야 할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말없이 타올랐다.
그는 말이 없었다. 단지 땀을 훔치며, 묵묵히 언덕을 올랐다. 페달을 밟는 그의 두 다리는 떨리고 있었고, 숨은 점점 거칠어졌다.
“알유 오케이?”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그는 뒤돌아보며 활짝 웃었다.
“노 프라블럼, 마담. 암 베리 스트롱.”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작은 불편함이, 점점 죄책감처럼 부풀어 올랐다.
암베르성에 도착했을 때, 내가 돈을 건네자 그는 관광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기다리지 말라고 당부하며 자리를 떴다.
쉬쉬 마할(Shish Mahal), ‘거울의 궁전’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나는 한참을 머물렀다. 화려한 거울과 채색된 천장의 반짝임에 연신 감탄을 했다. 손끝에 닿은 차가운 대리석, 천장에 반사된 햇살.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반짝이는 벽면 속에 비친 내 얼굴은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관광객들 사이를 유유히 걷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됐다.
암베르성의 정원을 천천히 걸었다. 부드럽게 깎인 나무들, 낯선 무굴양식의 정원, 아기자기한 다각형의 분수, 햇살은 참 고왔고, 정원은 평화로웠다. 그런데 평화로운 건 풍경뿐이었다. 내 안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갔다.
그 노인은 지금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덥고 지친 얼굴로, 오늘 하루의 몇 안 되는 손님을 잃지 않으려 길가에 앉아 바퀴를 정비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와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시간을 질질 끌며 암베르성을 구경했다. 무거운 걸음으로 나선 귀갓길,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우연한 시선이 그와 마주치려는 순간,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나는 모른 척, 빠르게 지나쳤다.
숨을 헐떡이며 언덕을 오르던 노인의 뒷모습은 내 마음에 돌덩이 하나 올려놓은 듯 무겁게 했다. 그가 밟는 페달 하나하나가 생계를 위한 투쟁이고, 내가 가볍게 지불할 요금이 그에게는 하루치 식사일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외면했다.
사실 나는 안다. 불편한 건 그의 삶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었다는 걸.
그 노인의 거친 숨은 지금쯤, 어디에서 고르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지금, 누구의 숨 위에 서서 풍경을 보고 있는 걸까.
여행은 때때로, 불편함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연습일지도 모르겠다.
인도의 대표 이동수단 릭샤, 여행 내내 오토릭샤로 관광지를 방문했고 여행하던 당시 처음으로 사이클 릭샤를 타게 됐다. 사이클 릭샤는 사라지고 있는 추세였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다. 지금은 캘커타(콜카타)에만 예전의 사이클 릭샤가 존재한다고 한다.
지금 암베르 성의 오르막길은 지프차 또는 코끼리를 타고 오른다고 한다.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나는 코끼리의 동물학대를 걱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