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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2024. 12. 9.

by 좋은루틴

오빠 네 이름 석자가 이렇게 애닳파질 줄은 몰랐지

생각만해도 가슴이 저리고 미어질 줄도

오빠는 늘 그냥 그자리에 있었으니까..

불같은 사람이었을 지언정 사그라드는 일은 없었잖아


혼자있는 거의 모든 순간에는 오빠 생각을 해

오빠한테 말을 걸고, 내가 대답을 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차좀 빼주실래요” 하고 입밖으로 진짜 말을 하기도해

그러다가 갑자기 “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받기도,

그러다가 갑자기 피식 웃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눈물이 그렁그렁 목이 메여와


그러니까 나는.. 요즘 땅에 발을 딛고 서서 현실을 살긴 하는데.. 내 머리는 이 땅과 하늘 어딘가 중간 쯤에 붕붕 떠있는 느낌이야


처음에는 소중한 이를 잃은 다른 사람들이 남긴 책을 찾아보았어

그냥.. 본능적으로 그렇게 되더라

이런 비극이 나에게만.. 우리 가족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라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나를 위로하고 싶었나봐


주변에는 온통 나를 걱정하는 이들 뿐이라서

눈뜨고 마주하는 모두와 내가 나누는 모든 것은 사실 거짓이야

사실 나는 오빠 이야기를 끝도 없이 하고 싶은데

그냥 울어버리고 싶은데


괜찮은척 하느라 하루 하루 바빠.. 그러다 보면 문득 정말 괜찮은가..? 싶기도 하거든


그런데 말이야

괜찮아 지는게.. 시간 속에 오빠가 희미해 지는게 또 너무 싫어서


혼자라도 오빠 이야기를 실컷 떠들어 보려고..

여기에 다 토해내려고..

그렇게라도 오빠를 기록하려고 해


남자친구가 바람났는데 그새끼를 어떻게좀 해보라고..

화장실에서 울면서 전화할 오빠가 없다는게..

군대에서조차 매일 밤 9:58이면 전화를 수십통 해서 집에 가라고 ..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나를 볶아대던 오빠가 없다는게..


그게 언제쯤 받아들여 질까

내가 할머니가 되면 받아들여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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