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허락 맡아오라니까

어린 시절의 가벼운 기억 조각 (2)

by 꼬왑

언니와 난 다섯 살 터울이다.

언니가 8살 때 내가 3살, 언니가 9살 때 내가 4살.

이 글은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나의 가장 어린 나이인 세네 살 때의 이야기다.




우리 자매는 나무로 된 이층침대를 썼는데, 난 아기라서 몸도 짤뚱하고 위험하니 당연히 1층이고 언니가 2층을 썼다.

(언니가 자는 2층칸을 받치는 갈빗살(?) 밑과 1,2층 사이의 벽면은 내 코딱지들로 가득했ㄷ...)


당시 나에게 언니는 긴팔 긴다리로 사지를 마음대로 쓰는 우월한 인간 종족이었다.

밤이 되면 거침없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늠름한 모습이란...!


나도 올라가서 높은 공기를 맡보고 싶었지만, 세네 살 아이에게 2층으로의 진입은 평생의 숙원사업이었다.

이층침대를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기울기도 없는 90도 직각 사다리로 수직으로 올라가다가 매트리스를 향해 에너지를 수평으로 전환하는 단계가 정말 어렵다.

그래서 맨날 <매드맥스>에서 트럭 밖에 매달려서 이런저런 심부름을 하는 워보이처럼 침대에는 진입 못하고 침대 밖 사다리나 난간에만 매달려 언니를 쳐다보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은 언니 친구가 집에 놀러 와서 방에서 같이 놀고 있었다. 언니는 가뜩이나 한창 어린 나를 늘 귀찮아했는데, 친구까지 놀러 오니까 화룡점정이었다. 유아인 내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놀이를 하면서 내겐 너무 어려운 단어들로 대화를 나눴다. 난 무슨 말인지 무슨 놀이인지 이해가 안 되니 더욱 소외감이 밀려왔다.


"언니! 놀이터 가자"

"아 싫어 귀찮아 저리 가!!!"

"언니! 놀이터 가자아아"

"아 싫다고!!!"


몇 번이 반복되니 나는 울음이 터졌다.

언니는 나를 울렸다고 또 어른들에게 혼이 날 것을 직감하고, 황급히 나를 달래주며 말했다.

"놀이터 갈 거면 나가도 되냐고 허락 맡아와"


'오 대박! 이제 나간다는 건가?'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긍정의 시그널 같았다.


"언니~ 우리 언제가?"

"내가 언제 간대? 허락 먼저 맡아오라고!!!"


'오호! 뭔지 모르겠지만 허락이라는 것만 맡으면 이제 나간다는 거네!! 조오았어!!!'

그 순간 나는 2층으로 등반해 언니의 발가을 덥석 잡았다.


"킁킁"


그날 내 볼따구엔 빨간 발도장이 찍혔고, 난 오열하며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왕왕왕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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